AI, 귀에 쏙 들어오다

박순찬 기자 2018. 1.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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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이어폰 '이어러블' 경쟁]
미리 설정해둔 언어로 자동 통역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상대방 이어폰서 "Hello" 나와
톡톡 두번 두드려 AI 비서 호출.. 원하는 음악 들려주고 심박 측정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18' 전시장. 손톱만 한 무선 이어폰 한 쌍을 두 남성이 하나씩 나눠 꼈다. 한 명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상대편 이어폰에서 "헬로(hello)"라며 영어가 흘러나왔다. 상대방이 "헬로, 하우 아 유?(hello, how are you?)" 하고 답하자 반대편 이어폰에서 "안녕하세요"란 한국말이 흘러나왔다. 이어폰 속에 네이버의 인공지능 '클로바(Clova)'가 탑재돼 있어 상대방 음성을 미리 설정해둔 언어로 자동 통역해준 것이다. 네이버가 국내 벤처 기업 오르페오 사운드웍스와 함께 개발한 이 자동 통역 이어폰 '마스(MARS)'는 올해 CES에서 헤드폰 분야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두 회사는 올해 안에 실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IT 기업 간 '귀'를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구글 등 IT 대표 기업들이 작년 10월부터 경쟁적으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이어폰을 출시한 데 이어 중견기업·스타트업도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 클로바 김성훈 리더는 "기존의 텍스트와 이미지로만 이뤄졌던 정보 검색 시장이 점차 음성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쉽게 인공지능을 부를 수 있는 수단으로 이어폰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글로벌 '이어러블 기기' 시장이 2015년 1억3000만달러(약 1400억원)에서 2020년에는 76억달러(약 8조원), 2023년에는 232억4000만달러(약 2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인공지능 경쟁… '귀'를 잡아라

몸에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wearable) 제품 중 귀에 적용하는 것은 '이어러블(earable)' 혹은 '히어러블(hearable)' 기기라고 부른다. 이 제품들은 단순한 음향 기기가 아니라 이용자와 일상(日常)을 함께하는 스마트 기기를 지향한다. 삼성전자의 '기어 아이콘X 2018'은 이어폰을 낀 채로도 주변의 말소리, 소음까지 구분해 들을 수 있는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탑재했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독일 스타트업 브라기(Bragi)가 내놓은 이어폰 '대시 프로'는 심지어 물 속(수영)에서도 착용할 수 있다. 방수 기능이 탑재돼 있어 물속에서 운동량을 측정한다. 애플 '에어팟'은 이어폰을 두 번 톡톡 두드리면 인공지능 '시리'가 깨어나 다양한 명령을 수행한다.

인공지능 음성 비서가 각종 질문에 답하거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마스나 구글의 픽셀버드처럼 외국어를 실시간으로 통·번역해주는 이어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젊은이 중에도 '디지털 난청(스마트폰 등 디지털 음향 기기로 인한 난청)' 환자가 늘어나면서 청각(聽覺)을 보조하는 제품도 있다. 이뿐 아니라 이어러블 기기에 탑재된 각종 센서는 심박·혈압·운동량 등을 측정한다.

활용성·기술력·생체 신호의 '3박자'

웨어러블 기기들의 처음 타깃은 사람의 '손목'이었다. 시계형 스마트워치가 인기를 끈 이후에는 안경 형태의 '구글글라스'가 화제가 됐다. 다음 타깃은 자연히 '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제품 확산은 더뎠고 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어폰이 인공지능과 빠르게 결합한 것은 '높은 활용성'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악뿐 아니라 영상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어폰을 귀에 끼고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귀는 위치상으로도 '하이 빅스비' '오케이 구글'처럼 사람이 내뱉는 인공지능 호출 명령을 알아듣기에도 좋은 자리다.

블루투스(근거리 무선 통신)와 배터리 기술의 발전도 이어러블 기기 발전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무선 통신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배터리를 소형화해 귀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가볍고, 세련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UC버클리대 알리 자베이(Javey) 교수는 지난해 3D 프린터로 귀에 착용할 수 있는 '센서 모니터'를 개발했다. 귀에서 여러 생체 신호를 탐지해 불면증·피로·우울증 등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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