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 이게 바로 '조선 록'

2018. 1.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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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의 신작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다음 작품들을 함께 음미하는 게 좋다.

'하오체'와 조선 풍류를 결합한 '양반 록 사운드'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전범선은 "이 모든 게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았다.

입대 전 전범선이 지은 노래들을 '양반들'이 마무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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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軍복무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 '사랑가' '혁명가' 이어 3집 '방랑가' 내

[동아일보]

한국적 록을 구사하는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도 이들에겐 비틀스 앨범 속 영국 런던 애비로드나 다름없다. 왼쪽부터 이상규(기타) 이지훈(건반) 전범선(기타, 보컬) 김보종(드럼).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의 신작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다음 작품들을 함께 음미하는 게 좋다.

봉산탈춤 중 ‘목중춤’, 나도향의 ‘물레방아’, 김성동의 ‘만다라’, 정호승의 ‘서울의 예수’, 민요 ‘천안삼거리’와 나훈아의 ‘쾌지나 칭칭나네’, 신민요 ‘태평가’, 화가 이쾌대의 자화상….

2014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는 상투를 튼 청년들이 풍물 북을 치며 록을 연주한다는 괴이한 풍문이 들렸다. ‘조선 록(rock)’의 창시자라는 세간의 평답게 노래 제목도 이랬다. ‘이리 오너라’ ‘보쌈’ ‘칠석’ ‘구운몽’…. 최근 3집을 낸 멤버들을 만났다. 통일부 주최 ‘유니뮤직레이스’ 우승으로 포상 외박을 나온 리더 전범선(27·사진)은 까까머리에 군복 차림이었다. 2018년의 한국적 록이 무엇이냐 묻고자 했다.

○ ‘조선 땅에 태어나 쌍놈이긴 싫어/벼슬길을 따라 공자왈…’(‘뱅뱅사거리’ 중)

‘하오체’와 조선 풍류를 결합한 ‘양반 록 사운드’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전범선은 “이 모든 게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았다. “도어스, 레너드 코언, 파더 존 미스티…. 고금의 음악가가 셰익스피어부터 조지 오웰까지 다양한 옛것을 노래에 녹였습니다. 그리할진대 제가 구운몽이나 물레방아 얘기를 하는 게 그리 주목할 것인지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전범선은 역사학도다. 민족사관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석사를 거치며 미국 프랑스 영국의 혁명사를 팠다. 고교 대취타 동아리에서 용고(龍鼓)를 두드렸고 ‘양반들’ 이전엔 밴드 ‘놈’으로 활동했다. “유학 후 2집 ‘혁명가’(2016년)를 내고 전봉준을 오마주했습니다. ‘엎어보자’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한국에서 진짜 ‘혁명’이 일어납디다.”

전범선은 그해 말 카투사로 입대했다. ‘유니뮤직레이스’ 우승 곡 ‘전선을 간다’는 경기 동두천의 부대에서 15분 만에 쓴 곡이다. “비 맞은 소요산을 보는데 ‘저 산 뒤에도 저처럼 산을 바라보는 장병 친구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멜로디를 기억했다가 휴가 때 출품했는데 우승까지 차지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 ‘나는 김가 아님 박가 아님 최가 아님 이가’(‘나그네’ 중)

‘혁명가’의 화자가 전봉준이라면 3집 ‘방랑가’의 주인공은 파계승이라 했다. 입대 전 전범선이 지은 노래들을 ‘양반들’이 마무리해 냈다. “산 아래서 머리 밀고 사는 제가 곧 파계승 아니겠습니까.”

3집 타이틀곡은 천안삼거리를 변형한 ‘뱅뱅사거리’. ‘천안삼거리 흥∼흥∼’ 하던 양반은 서울 서초구에서 ‘뱅뱅사거리 뱅∼뱅’ 한다. “‘혁명가’가 직선이라면 방랑가는 뱅뱅 도는 곡선이지요.” 노래 ‘만다라’에서는 ‘옴마니 반메홈’을, ‘서울의 예수’에선 ‘알렐루야’를 읊조린다. “예수, 마호메트, 석가모니 모두 방랑을 합니다. 깨달음의 길입니다.”

악곡 속에선 블랙 사바스, 옥슨80과 송골매, 영국 모던 록이 교차한다. 때리고 부수다 음유한다. ‘양반들’ 음악의 매력이다. ‘이쾌대’에는 전범선이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녹음해 둔 천주교식 연도(煉禱) 소리를 담았다. “조선 땅에서 예술가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범선은 요즘 ‘대한미국’이란 책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합성어로, 한국 근현대사를 서구와의 관계에서 재조명한 내용이라고 했다. “제대하면 밴드 활동을 이어가야죠. 판을 벌여가야죠. (우리 음악은) 마당놀이니까 판을 만들어야 또 새로운 연기를 하지 않겠습니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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