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버린 약, 하천 미생물 내성 높인다

이혜림 기자 2018. 1. 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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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남은 약품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지 말아야 한다.

물에 녹은 약품이 하천에 녹아 들어 수생 미생물 등에 내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약국에 폐의약품 수거함이 설치돼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6개 정부부처는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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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진, 도심지 하천, 항성제 내성균 분포율 규명.. 국내 하천도 방치상태

먹다 남은 약품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지 말아야 한다. 약국의 수거함에 버리도록 권고되고 있지만 막상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약품이 실제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에 녹은 약품이 하천에 녹아 들어 수생 미생물 등에 내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이자 환경 연구 기관인 ‘캐리 연구소(Cary Institute)’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도시 볼티모어의 하천에 잔류해 있는 의약품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약물 노출에 대한 수생 미생물의 반응을 측정했다. 조사 지점은 4군데로, 교외에서 도시까지 개발 정도에 따라 지정했다.

이 결과 사람이 밀집된 도심지 하천일 수록 약물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와 진통제, 각성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모두 교외보다 도심지 하천에서 더 높은 농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조사지역에서 채취한 미생물 군집이 항생제, 각성제, 항진균제,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물에 노출됐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험했다. 약 2주간 변화를 분석한 결과 도심 지역에서 채취한 미생물들은 특히 항생제(Ciprofloxacin)에 노출되어도 호흡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엠마 로지 연구원이 볼티모어의 하천에서 채취한 미생물. - Sylvia Lee 제공

또한 약물에 노출된 도심 지역 하천 미생물 군집은 종의 조성이 바뀌고, 일정 시간이 지나자 호흡 역시 잘 유지됐다. 이는 약물이 노출됐을 때 번성할 수 있는 내성 미생물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연구를 진행한 엠마 로지 연구원은 “담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이 미생물 군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1월 9일 생태학 저널 ‘에코스피어(Ecosphere)’에 발표됐다.

 
이런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국내 하천의 상황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전북대 생명공학부 채종찬 교수에 의뢰한 항생제 내성균 검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축산 농가 밀집지역 및 하수처리 지점뿐 아니라 보통 강물에서도 항생제 내성균이 다량 존재했다. 전제 조사 지점 21곳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항생제 내성균 분포율이 22.6~47%에 달했다.

하천이 항생제에 오염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람이나 동물이 항생제를 복용한 뒤 배설물에 잔류해 있는 항생제 일부가 강물로 흘러간 경우다.

강물이 항생제에 오염되는 또 다른 원인으로 폐의약품 투기 및 매립을 들 수 있다. 먹다 남은 항생제를 비롯한 폐약물 및 유통기한이 지난 연고 같은 폐약품은 본래 지정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분리배출해야 한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2008년부터 약국과 보건소 등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해 회수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모든 약국에 폐의약품 수거함이 설치돼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6개 정부부처는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올해부터 5년간 4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가 차원의 항생제 사용량과 적절성 평가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 진단법 개발 ▲사람-동물-환경 간 항생제 내성 기전 및 특성 연구 ▲항생제 내성균 예방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 등을 추진한다. 공동 연구를 통해 항생제 사용량 감소 및 항생제 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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