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와 나눈 집에 대한 인터뷰 _ 두 번째

매거진 입력 2018. 1. 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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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건축가 & 에너지 컨설턴트 디트마르 헤르클로츠(Dietmar Herklotz)


누구나 곰팡이 없는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

에너지 절감과 지속가능한 건축은 어쩌면 현실의 건축에서 가장 시급한 키워드일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기후 변화와 나날이 강화되어 가는 단열 규정, 우리의 건축 시장은 앞서 나가기는커녕 이를 따라잡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디트마르 헤르클로츠(Dietmar Herklotz) 씨는 “열교를 만드는 건축가는 이제 직무유기로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PROFILE / 독일 도나(Dohna)에서 태어나 드레스덴(Dresden)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80년대 초부터 건축사로서 설계뿐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개발, 현장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해왔다. 에너지 컨설턴트 및 건물에너지감정사로 활동하며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 1,500명 이상의 건축사, 엔지니어, 기술사들에게 에너지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그는 오래된 건물을 패시브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에너지와 건축을 논할 때, 독일은 늘 앞선 시장이다.

독일에서는 무려 25년 전, 패시브하우스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과 연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에너지 효율 건축 시스템을 만들었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도 있었다. 현재 독일에서 건축할 때는 건축가, 에너지 컨설턴트, 에너지효율평가사가 참여하게 된다. 에너지 전문가들과 함께 해야 제대로 된 건축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고, 특히 정부 지원이 가능한 파일럿 프로젝트엔 필수 조건이다.

안정적인 시스템과 공공의 인식을 조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가, 건축주를 위한 꾸준한 교육이다. 독일에서는 건축가가 에너지 전문가가 되려면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후에도 3년마다 재시험을 보고 프로젝트 수행 결과를 꾸준히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독일에너지공사(DENA)나 재건은행(KfW)의 전문가 리스트에 속하게 된다. 건축주들은 그런 에너지공사나 재건은행을 통해 사는 곳과 가까운 건축가를 찾아 일을 맡긴다.

지역 에너지 에이전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독일엔 16개 주가 있고, 주마다 에너지공사를 따로 두고 있다. 각자 지원금 규모들이 다르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지원금들도 주에서 배당한다. 전문 에너지공사 외에도 지역마다 에너지 건축 관련 활동가 모임이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 그 지역의 건축주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활성화되어 있다.

독일에는 ‘효율주택’이란 이름의 표본주택이 있던데, 누가 주도해 만드나.

표본주택은 독일 에너지절약법규에 따른 주택이며 역시 정부에서 지정한 독일에너지공사에 의뢰해 개발하게 된다. 건설부는 에너지 관련 자문 기관을 따로 두고, 이곳에서 주관해 건물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관계 기관에 의견을 물어 수렴해서 표본 주택이나 에너지 정책, 법규 등을 만들게 된다.

에너지 관련 지원금 정책은 어떻게 운용되나.

독일에는 재건은행이 따로 있다. 표본주택보다 에너지 성능이 뛰어날 경우 정부는 상당히 저렴한 이자율(리모델링0.75%, 신축 1~1.5%)로 지원을 한다. 또한 어떠한 프로젝트를 내걸고 지원금을 정해놓기보다, 건축가가 새로운 기술이나 디테일, 디자인 등이 담긴 프로젝트를 시기와 규모에 상관없이 언제든 제안할 수 있다. 정부가 그 신청 내용을 보고 몇 시간 내 얼마를 지원해줄지 답을 준다. 그렇게 앞선 기술이 보급되고, 그 기술이 널리 쓰이게 되면 지원금을 줄이고, 또 신기술에 지원금을 돌린다. 이러한 식으로 기술이 빠르게 업그레이드되는, 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 12월 1일, 독일 패시브창호 레하우 주최로 Herklotz 씨는 국내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강연했다.
독일도 세 집 중에 한 집에서
곰팡이를 발견한다. 이제 모든 건축가는
열교 없는 설계를 해야만 한다.

한국에는 아직 뚜렷한 에너지 관련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독일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시스템이 상당히 안정적이고 잘 돌아가는 것이다. 기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한데, 앞서도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관련자 대상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패시브하우스 사례를 접해 본 경험이 있나?

독일 패시브협회에 공식 등록된 사례 중 한국의 풀무원 건물을 본 적 있다. 디자인적으로 멋지게 보였다. 그 외 한국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많은 정보는 없지만,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에서 각 나라의 기후를 분류해 놓는 기준을 찾아봤다. 한국이 이제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 그만큼 열대 기후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맞다. 한국은 한여름, 건물의 냉방부하에 문제가 쏠리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지금까지 독일 같은 차갑고 온화한 기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아쉽게도 한국 같은 기후는 테스트가 많이 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앞으로 상당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재 열대 기후를 대상으로 여러 실험이 이루어지고, 자재 개발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제안할 수 있는 팁 정도는 여름에 히트펌프와 환기장치가 함께 있는 장치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한다. 콤팩트한 형태로 전기도 많이 들지 않는다.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때, 자재는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비싸다.

15년 전, 패시브 인증 창호는 5개에 불과했다. 가격도 무척 비쌌다. 지금은 인증 창호가 100개 이상이 되었고, 가격도 예전에 비해 1/2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에는 유리의 G값을 올리는 데 돈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20유로만 추가하면 살 수 있는 수준이다. 환기장치 역시 열회수율이 95% 달하는 고효율 제품도 많이 등장했다. 콘센트도 처음부터 기밀이 되는 제품을 구입해 쓸 수 있는 시대다.

패시브하우스 수준까지 꼭 지어나 하나,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예전에는 나도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소리를 듣곤 했다(하하). 그러나 지금은 멀리 미국에서도 내 강의를 들으러 찾아온다. 건축주들 역시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건축가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시대다. 평소에 나는 열화상카메라나 CO2 측정기를 자주 들고 다닌다. 단열이 깨져 열교가 있는 부분을 실제로 보여주고, 함께 있는 공간의 공기질을 수치로 제시하면 사람들은 피부로 느낀다. 언젠가는 강의 중에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려주니, 수업 중 나가려는 이들도 있었다(하하).

그는 패시브하우스 목업을 만들고 그 안에 얼음덩어리를 넣어 녹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곤 한다. 
리모델링 전후 열화상카메라 사진. 창호를 교체하기 전 사진을 보면 열이 새어나가는 부위가 붉은 지점으로 표현되고 있다. 
고층 주거가 많은 한국은
저에너지건물로 리모델링하기
더욱 좋은 조건이다.

한국에서는 건축가가 에너지 관리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건축가도 요즘은 건축 물리를 잘 알아야 한다. 건축 물리는 실내 공기질을 좌우한다. 독일에서 한 아이가 수업 중 의식을 잃었는데,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5,000ppm이 넘게 나와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문을 닫고 자는 침실이면 새벽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ppm에 달한다. 그래서 강제환기가 중요하고, 습기 제어는 더더욱 중요하다. 건축가는 기밀층이 깨져 습기가 생기지 않도록 열교가 없는 설계를 해야만 한다.

습기로 인한 곰팡이 문제는 독일도 마찬가지인가.

독일은 100년 된 건물도 많지 않은가. 세 집에 한 집꼴로 곰팡이를 목격할 수 있다. 물론 노후된 건물은 환기장치도 없다. 그래서 무조건 하루 두 번은 직접 환기를 통해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하루 동안 실내에서 만들어지는 물의 양은 약 10~15ℓ 정도다. 샤워 한 번이면 1.7ℓ의 습기가 생기는 것이다. 매일 그만큼의 물을 건물 밖으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라. 그렇지 않으면 실내 곳곳 어딘가에 습기가 침투하고,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핀다.

오래된 건물을 패시브하우스로 바꾸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1950년대 지어진 일반 건물을 복잡한 패시브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신축과는 또 다른 매력이고, 재미난 일이다. 특히 독일에는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을 에너지 절감형 건축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부는 건들지 않고 내부에 새로 집을 짓듯 작업한다. ‘하우스인하우스’ 콘셉트의 리모델링이다. 물론 단시간 공부해서는 이 분야 전문가가 되기 힘들다. 나는 4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조금씩 기술을 습득해 왔다.

한국은 리모델링을 신축보다 더 버거워 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고층 주거 형태가 상당히 많다. 이런 건물은 외피로 빠져나가는 열이 적으니 에너지 소비량을 낮추기에 더 적절하다. 기존 단열을 걷어내고 창호를 교체하고 고단열 외피를 덧씌우는 식으로 리모델링하면 된다. 열교 부위를 찾아내고 보완해가며, 블로어도어와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며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소비량을 기존 대비 1/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관련 기관들이 꾸준한 교육을
통해 에너지 전문가를 배출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국에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 공기질 문제도 심각하다.

대기공기질 오염 때문에라도 기계 환기는 역시 중요하다. 실내의 라돈을 줄이고, 건물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고, 실외의 오염된 공기도 필터를 거쳐 실내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보통 미세먼지를 거르기 위해 파인필터를 사용하는데, 가볍게 물로 씻어서 쓸 수 있는 필터들이 있어 저렴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패시브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단열이 잘된 외피가 첫째고 열교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건축할 때 못을 박았던 구멍까지 별도의 마감처리를 해야 한다. 열화상카메라로 못 자국까지 다 찾아 볼 수 있다. 못구멍 10개와 100개의 차이는 크다. 독일에서는 못이 박힌 곳에 열교가 많다고 해서, 사기죄로 재시공한 경우도 있었다. 독일에서 열교가 생기는 건축물을 설계하면 법정으로 가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창호다. 건물에서 에너지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이기에 그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기장치를 설치하고 사계절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노출콘크리트의 유행이 지속적이다. 에너지적으로 불리한 소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단열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별도 단열재가 없다면 벽체를 두껍게 하고 내부에 코일을 까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열적으로 쾌적할 수 있다. 또한 여름에는 시원할 것이다. 내단열을 한다면 결로가 생기기 쉬워, 시뮬레이션을 매우 신중하게 하고 내단열 두께를 정해야 한다. 단열재로는 습기를 머금었다가 실내가 건조하면 다시 뱉어내는, 습기 이동이 되는 단열재가 적합할 것이다. 독일에는 내단열 법규 규정이 따로 있어, 그걸 따라야 한다.

Reiter Architekten이 Dresden에 지은 Passivhaus DD-Plauen. 컴퓨터 서버룸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Steffen Spitzner 

최근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자재가 있다면?

독일에서는 진공단열재 시장이 매우 커졌다. 진공단열재 앞뒤로 EPS를 덧대 만든 단열재이다. 또한 내단열에 습기제어도 어느 정도 가능한 제품으로는 칼슘실리케이트패널(Calcium Silicate Insulation Board)을 들 수 있다. 25~30mm 두께면 단열값을 만족시킬 수는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값이 비싸서 두껍게 쓸 수는 없는 실정이다.

비싼 비용을 치르지 않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건축적 팁이 있는지.

벽체와 바닥과 만나는 공간에 5mm 두께의 스테인리스 스틸 바를 ‘ㄱ’자로 꺾어 댄다. 실내 온도를 스테인리스가 흡수하여 벽체 온도가 곰팡이가 생기는 12.6℃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벽체 꺾인 면과 천장 사이에 ‘Y’자 형태의 추가 단열재를 대어 열교를 막는 팁 등이 있다.

Herklotz 씨가 직접 컨설팅에 참여한 시범 사례. 위는 Rietschen 지역의 건물로, 열교방지 발코니 시스템을 더해 패시브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아래는 독일 동부 Freital 지역의 빌라 건물로, 패시브하우스 창호를 벽돌벽에 고정시키고 24cm 두께의 EPS로 외벽을 덮어 리모델링했다. 

현재 독일에서 행해지는 선진 에너지기술이 있다면 전해달라.

환기장치의 폐열을 태양광 패널 아래로 흐르게 해서 열을 보존하는 아이디어도 있고, 대형 컴퓨터 서버룸에 발생하는 폐열을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집도 있다. 벽체 자체에 열 코일을 심는 방법, 거대한 온수탱크를 실내에 두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실험들은 경제성이나 합리성을 따져 기술로 확산되거나 실험으로 끝나기도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건축은?

독일에서는 지금 20개 도시에서 패시브하우스 수준의 설계를 요구하지만, 2020년이 되면 신축 건물 전부를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지어야 한다. 중국은 독일 정부의 도움을 받아 도시 하나 전체를 패시브 단지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한국도 계속 단열 규정이 강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과 ‘정보의 공유’가 중요하다. 열교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는 집,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집은 이제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전에 우린 모두 준비를 해야 한다.

취재_ 이세정  |  사진_ 변종석  |  통역_ 조윤범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8년 1월호 / Vol.227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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