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은 1박2일의 방남 일정 동안 6개의 공연장(강릉 2개, 서울 4개)을 둘러봤다. 공연장 점검에 초점을 맞춘 실무형 방문이었다.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할 때 그런 면모가 잘 드러났다. 정부는 현 단장의 방남 후 처음으로 취재진에게 그가 공연장을 점검하는 모습을 약 3분 간 공개했다.
오후 2시14분 국립극장에 도착한 현 단장은 바로 주요 공연장인 해오름극장에서 음향과 조명부터 체크했다. 음향 컨트롤박스 뒤에 서서 “조명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조명을 확인한 뒤엔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까? 관현악 음악으로…”라고 요청했다. 극장 관계자가 “아리랑을 틀겠다”고 답했고, 관현악으로 아리랑이 연주되자 음량과 객석에 반향되는 정도를 약 1분30초간 체크했다. 이후 “됐다”라고 말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극장 관계자가 무엇인가 질문을 하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드는 모습도 목격됐다.
공연장을 꼼꼼하게 점검한 현 단장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공연장 상태에 대한 만족도, 방문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만 지었다. 현 단장이 이날 오전 강릉에서 KTX를 이용해 서울역에 도착했을 당시 보수단체 벌인 반북 집회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 단장은 남한 사회에는 약간의 호기심을 보였다고 한다.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서울로 향하는 KTX 안에서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냐”고 물었고, 우리 측 관계자가 “미세먼지 때문이다”라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강릉역에선 “환영한다”는 주민들에게 미소를 짓기도 했다. 서울 장충체육관 앞에서도 한 남성이 “민족의 이름으로 환영한다”는 문구를 쓴 종이를 들어보이자 손을 들어 화답했다.
강릉에서 현 단장이 머문 스카이베이 경주 호텔의 이헌민 총지배인은 “현 단장의 스스럼없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말을 가급적 아끼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현 단장은 19층 스위트룸을 이용했다. 이 호텔의 26개의 스위트룸 중 하나로, 침실ㆍ거실ㆍ욕실을 각 1개씩 갖춘 약 15평 규모다. 지난 21일 저녁엔 최상층인 20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 프렌치 코스 요리로 식사를 했다. 애피타이저와 수프, 스테이크와 디저트가 프랑스산 화이트ㆍ레드 와인과 함께 제공됐다고 한다. 현 단장 일행은 약 1시간30분 동안 식사를 했으며, 9시30분 경엔 객실로 돌아간 뒤 22일 아침까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방남 이틀째인 22일엔 뷔페식과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 '더 원'에 별도로 마련된 '바다' 룸에서였다. 현 단장은 오전 7시54분 전날의 앵클부츠 대신 검은색 킬힐을 신고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긴 머리를 큐빅 집게핀으로 반만 묶은 헤어스타일은 그대로였다. 원피스는 남색으로 앞섶은 V자 라인, 허리춤엔 단추 3쌍이 박힌 디자인이었다.
아침 식사는 북한 측 일행 6명과 함께 했다. 다리를 꼬고 앉은채 말 없이 식사에 집중하는 유리창 너머 방송카메라에 잡혔다. 테이블엔 한식과 함게 빵과 소세지와 베이컨, 팬케이크와 오믈렛, 오렌지 주스 등 뷔페식 음식들이 골고루 놓였다.
과일은 멜론과 딸기 등이 놓였다. 현 단장은 놓인 음식들을 가리지 않고 다 맛보았다고 한다. 식음료 담당 백영기 지배인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 몰라서 골고루 준비했다"며 "한식으론 황태해장국을, 뷔페식은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식으로 구성해 제공했다"고 말했다.
현 단장은 8시21분경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갔다. 취재진을 보고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현 단장 일행은 서울로 이동해 공연 시설을 둘러보고 이날 저녁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북으로 돌아갔다. 오전 9시쯤 호텔을 출발해 강릉역으로 이동할 때엔 하이힐에서 앵클부츠로 갈아 신었다. 방남 첫날인 21과 같은 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