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은 중장년층만?..이젠 2030도 "편해서 좋아요"

최민영·노정연 기자 2018. 1. 21. 21: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TV 여행프로그램 방영 이후 ‘함께하는 즐거움’ 이미지 확산
ㆍ이용객 매년 증가세…여행사들, 젊은 취향 상품 구성도 주효

지난해 9월 종편방송 JTBC의 여행프로그램 <뭉쳐야 뜬다> 체코편에서 출연진이 셀프카메라를 찍고 있다. 체코관광청 제공

신모씨는 지난해 10월 3박5일짜리 동남아시아 라오스 패키지여행을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TV프로그램인 <배틀트립> <뭉쳐야 뜬다>를 보고서 여행지로서 끌려서다. 볼거리도, 음식도 만족스러웠고, 특히 기대 밖에 낯선 일행과 즐겁게 지내다보니 정까지 들었다.

패키지 해외여행을 가는 ‘2030 젊은층’이 늘고 있다.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주는 밥 먹고 정해진 곳에 투숙하는 패키지여행상품은 주로 5060 중장년층이 주 고객이었다. 개성을 중시하고 규칙에 얽매이기 꺼리는 청년층은 저가항공을 이용해 홀로 또는 소그룹으로 움직이는 자유여행을 선호해왔다. 변화가 본격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 TV 여행프로그램이 2030 단체관광을 바꾸다 = 19일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 집계를 보면 패키지여행상품 전체 이용객 기준 20·30대 비중은 2016년까지 20만명대를 맴돌다가 지난해 1분기 15.0%, 2분기 15.6%에서 3분기에는 21.1%로 껑충 뛰면서 25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기준 하나투어의 패키지투어 송객 수는 367만명이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 통계에도 동일한 추세가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한 달 기준 패키지여행상품을 구입한 20대 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20%, 30대는 48% 늘었다.

TV프로그램을 통해 패키지여행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확산된 게 이유 중 하나다. 2014년 tvN <꽃보다 청춘>이 배낭여행의 해방감에 초점을 둔 관찰예능으로 ‘여행쇼’의 붐을 선도했다. 이후 2016년 말 등장한 JTBC <뭉쳐야 뜬다>는 사연신청을 통해 당첨된 일행 4명이 ‘운명공동체’를 이뤄 ‘패키지로 세계일주’를 하며 단체여행의 즐거움을 대중에 적극 알렸다. 젊은층이 ‘함께 즐거운 경험을 만드는 계기’로 달리 보기 시작했다.

패키지여행이 일정 수준의 여행을 보장한다는 점도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패키지 상품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다녀온 직장인 김모씨(34)는 “많아야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하게 되는데 제대로 된 패키지를 고르면 여행지 경험이 최소한 평균은 되는 데다, 전체 여행비용도 크게 비싸지 않다”면서 “이것저것 복잡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럽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이모씨는 “요즘 테러 등이 계속 발생해서 혼자 다니기는 불안하고, 현지에서 자유일정이 있기 때문에 불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기존 정형화된 패키지 상품을 세미패키지, 소그룹, 맞춤형 등 젊은 취향에 맞춰 구성한 것도 주효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에서는 단순히 여행지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지에서 어떤 특별한 체험을 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30대 여행객의 여행목적은 남성 64.4%, 여성 56.5%가 ‘식도락’을 꼽을 정도로 음식이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셰프와 함께하는 일본 규슈 패키지 상품을 판매 중이기도 하다. 마라토너 출신 이봉주씨와 함께하는 괌 국제마라톤 대회, 허영호 산악대장과 함께하는 히말라야 등반, 연예인 박나래씨 동반 보라카이 디제잉파티 같은 상품을 선보인 것도 ‘경험 소비’ 측면에서 2030세대의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 온라인 커머스기업, 2030 여행객 잡아라 = 2030세대는 가장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연령층이어서 여행업계에는 큰손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로는 2016년 해외여행 출국자 수는 2238만여명으로 2015년 대비 15.9% 증가한 가운데 21~30세가 382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21.5%, 31~40세는 440만여명으로 12.7% 증가했다. 31~40세 사이 연령층의 출국자 수는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다.

티몬, 11번가, 옥션 같은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들은 2030세대 특성에 맞춰 온라인 여행을 강화하고 있다. 직접 여행사를 찾아가거나 전화로 여행상품을 구입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온라인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온라인 여행 쇼핑’ 시대로 변화하며 맞이하게 된 풍경이다.

2011년부터 패키지 상품 및 특가 항공권 판매를 시작하며 일찌감치 ‘투어 원스톱 플랫폼’ 구축에 나선 티몬은 여행 관련 사업 매출이 전체 25%까지 확대됐다. 항공, 호텔뿐 아니라 각종 액티비티 상품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다양한 구성을 갖추며 온라인 여행 상품 영역을 넓힌 것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김학종 티몬 항공여행사업 본부장은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일상화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여행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투어는 모바일 채널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거래액 중 모바일 상품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PC 고객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모바일로 여행 상품을 검색하는 비중도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숙소 가격비교 서비스를 시작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처럼 여행 카테고리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일반 상품보다 판매 금액대가 높아 수익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욜로’(YOLO) 열풍과 장기 연휴 등으로 여행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주요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여행 쇼핑족이 늘어나며 기존 여행사들도 온라인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며 “온라인 시장 내 여행객 유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노정연 기자 m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