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베레프 형제' 울린 정현, 조코비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2018. 1. 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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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를 모두 울리고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쓴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이제는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상대로 2년 전 추억 지우기에 나선다.

정현은 지난 20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3회전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 경기에서 3시간 22분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2(5-7 7-6 2-6 6-3 6-0)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이덕희(1981년 윔블던)와 이형택(2000·2007년 US오픈) 이후 세 번째 메이저대회 16강 진출인데, 호주오픈에서는 정현이 처음이다. 또 정현은 톱10을 상대로 9번째 도전 끝에 첫 승리를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정현(왼쪽)이 지난 2016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첫날 남자단식 1회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현에게 있어 즈베레프라는 이름은 참 특별하다. 정현은 1회전에서 알렉산더의 형인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를 만나 이겼다. 1세트를 6-2로 이겼고, 2세트도 4-1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기권해 48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이날 경기를 한 알렉산더와는 3시간이 넘는 접전을 펼쳤는데,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정현이 앞섰다. 5세트에서 알렉산더는 정현으로부터 단 한 게임도 따내지 못했다. 정현은 프로 데뷔 후 미샤에게 3승, 알렉산더에게 2승을 따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지지 않으며 즈베레프 가문의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정현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한국 선수 사상 최초의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이다. 그런데 그 길목에서 만난 상대가 만만치 않다. 바로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정현에게 뼈아픈 가르침을 안겼던 조코비치다. 조코비치는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22위·스페인)를 3-0(6-2 6-3 6-3)으로 완파하고 16강에 진출, 22일 오후 5시 정현과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부상 이후 아직 전성기 시절의 폼을 완벽하게 찾지 못했지만, 조코비치는 정현에게 여전히 큰 산이다. 메이저대회 우승만 12번을 차지했으며, 호주오픈 통산 최다 우승(6회) 선수이기도 하다. 커리어 면에서 정현이 절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정현이 지난 20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3회전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최근 기세라면 정현이 한 번 붙어볼 만하다. 지난해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정현의 기량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1~2회전을 손쉽게 이겼으며, 자신과 함께 차세대 주자로 꼽히던 즈베레프마저 잡았다.

무엇보다 정현은 조코비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2016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정현은 조코비치를 맞아 분전했으나 기량과 경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하지만 2016년은 정현이 한창 성장통을 겪던 시기였다. 현재 정현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반면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이 끝난 후 부상으로 한동안 코트를 떠났다가 올해 초 복귀해 감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폼이 좀 떨어진 조코비치와 상승세의 정현이라면 한 번 붙어볼 만하다.

조코비치는 3회전이 끝난 뒤 “즈베레프를 잡은 정현은 차세대 선두주자 중 하나로, 기본기가 굉장히 좋은 선수”라며 “몸도 좋고 경기력도 빼어나다. 열심히 노력하는 좋은 선수인데 이제서야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정현과 대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계 굴지의 선수가 인정할 정도로 성장한 정현이 조코비치를 상대로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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