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강화는 강남 특혜?..대상 단지 85%가 非강남권

입력 2018. 1. 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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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1년 준공 강남3구는 15%, 강동구 포함해도 20% 미만
"투기 몰린 '강남 집값' 잡겠다더니 비강남권만 침체 가속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다락같이 오르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현재 준공후 30년부터 가능한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정작 강남보다는 비강남권의 아파트들이 연한 강화의 피해를 더 많이 보게 될 전망이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차기 재건축 추진 가시권에 있는 1987∼1991년에 준공된 아파트가 총 24만8천가구이며, 이 가운데 강남 3구의 아파트는 3만7천가구, 전체의 14.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에서 재건축 연한 강화의 직접 타격을 받을 단지는 15%에도 못미치고 나머지 85.1%의 21만1천가구는 강남 3구가 아닌 비강남권의 아파트 재건축이 지연되게 되는 것이다. 강동구를 강남권(강남 4구)에 포함해도 대상 비율은 20% 미만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4년 9월, 침체에 빠진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9·1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준공후 20년 이상의 범위에서 조례에 위임돼 있는 재건축 연한을 최장 30년으로 완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건축연도에 따라 최장 40년이던 서울시의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최대 10년이 단축돼 2019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했던 1987년도 준공 아파트들이 2017년부터, 2022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했던 1988년 건설 아파트가 올해부터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당시 정부는 '강남 특혜'가 아니냐는 우려에 "강남 3구의 아파트 비중이 15%에도 못미치고 주로 비강남권의 아파트가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이 논리라면 재건축 연한 강화로 피해를 보는 곳은 결국 비강남권이 더 많다는 의미가 된다.

준공연도가 30년 미만일수록 강남권 비중은 더 줄어든다.

1970년∼1980년대 초반 '강남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뒤 1980년대 이후에는 재개발, 택지개발 사업 등을 통해 강북 등 비강남권에 중고층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때문이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준공 20년 이상, 30년 미만의 1989∼1998년 건설 아파트는 1천249개 단지, 총 42만7천983가구로 이 가운데 강남 4구의 아파트는 14.9%에 불과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연한이 가까워지면서 그 기대감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할 만한 곳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시영아파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이고 상계 주공아파트 등 비강남권 단지들은 8·2대책 이후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며 "(재건축 연한 강화가) 당장 강남 집값 안정에 도움은 될지 몰라도 비강남권은 가격도 별로 안올랐는데 재건축만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재건축 연한뿐만 아니라 안전진단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현재 기본적인 구조안전 외에도 주거환경 평가비중을 40%까지 높여 주민의 불편함이 큰 경우 재건축을 허용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준들을 강화해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부터 재건축 추진 의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피데스개발 R&D 연구소 김희정 소장은 "1988년도 이전에 지어진 단지들은 내진설계가 안돼 있어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배관·설비 등이 낡아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며 "이들 단지의 주거환경 개선 문제가 정부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등 강남은 물론 목동, 상계동 등 비강남권 주민들은 오락가락,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최근까지도 정부가 재건축 연한 강화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더니 며칠 만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제도 개선 전까지 안전진단이라도 신청하자',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에 비해 집값이 별로 오르지도 않고 투기지역으로 묶인 것도 의아한데, 강남에서 상당한 개발이익을 본 중·저층 아파트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하지 않고 면죄부를 줘놓고 이제 와서 재건축을 해보려는 비강남권 단지는 강력한 규제로 족쇄를 채우려 하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40년 이상 돼 연한 강화와 무관한 재건축 단지나 강남 새 아파트만 이득을 보고 애매하고 노후화된 단지는 집값 하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정부 정책이 오히려 '강남 특혜'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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