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잔치 못하고 셧다운..美정치 왜 극단으로 갔나

안승찬 입력 2018. 1. 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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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정부 최초의 셧다운 사태..정부 마비 상태로
트럼프 '거지소굴' 발언으로 정치적 합의 실패
부담 느낀 트럼프 다시 물밑 협상.."주말동안 셧다운 풀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식을 하던 그는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며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자축하지 못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결국 셧다운(shutdown, 일시 업무정지)됐다. 미국 공화당이 장악한 정부에서 셧다운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3년 오바다 정부 때 이후 4년 3개월만이다.

셧다운 사태로 미국 정부는 일시적인 마비상태가 됐다. 관공서의 업무가 중단됐다. 연방 공무원은 보수가 지급되지 않아 일손을 놓는다. 국방, 교통, 보건 등 필수 분야의 업무만 이뤄진다.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타격이 클 것으로 에상된다.

◇ 트럼프 ‘싯홀’ 발언에..결국 셧다운까지

정치권이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임시로 마련해 놓은 예산안 종료 시점인 19일 자정을 두시간 남겨 놓은 금요일 저녁 10시, 미국 상원이 마지막 절충을 시도했다. 본회의를 열어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예산을 놓고 표결했다.

셧다운을 막으려면서 초단기 예산안이라도 통과시켜 시간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부결됐다. 공화당과 민주당 간 막바지 물밑 협상마저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셧다운을 피하려고 민주당에게 구애를 손길을 내민 적이 있었다. 그는 지난 9일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을 백악관에 함께 초대했다. 폐기된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다카)을 일부 보완하는 입법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멕시코 국경장벽건설 예산을 함께 통과시키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기류도 나쁘지 않았다.

며칠 후인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상·하원 의원 6명과 백악관에서 다시 만났는데, 이때 문제의 ‘싯홀’ 발언이 불거졌다. 아이티와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민을 행해 트럼프 대통령이 “싯홀(shithole)에서 온 사람들”라고 말한 것이다.

‘shithole’은 똥을 뜻하는 ‘shit’과 구덩이를 뜻하는 ‘hole’의 합성어다. 글자대로는 ‘똥구덩이’이란 뜻이지만, 미국에선 ‘거지소굴 같은 더러운 곳’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욕설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싯홀’ 발언 이후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민주당도 더 강경하게 돌아섰다. 협상의 여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은 제대로 된 협상을 하지 못했다.

◇ 누구의 책임인가

미국 백악관 /AFP
셧다운 사태가 현실이 되자, 트럼프 정부는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민주당이 합법적인 시민을 인질로 삼고 무모한 요구를 하고 있다. 우리는 불법적 이민자들의 지위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우리 행정부는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용감한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셧다운을 피하지 못해 그들(해외 파병군인들)은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키게 됐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반면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셧다운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적 합의 실패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론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보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이 훨씬 크다.

미국 ABC방송이 워싱턴포스트와 최근 사흘간 미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의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있다’는 답이 절반에 가까운 48%였다.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책임이라는 대답은 18%였다.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을 피하지 못한 건 결국 현재 정부와 집권당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뜻이다. ABC방송은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셧다운 사태로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주말동안 셧다운 끝내겠다”

역대 미국의 셧다운은 보통 사흘을 넘기지 않을 때가 많았다. 클린턴 정부 시절인 지난 1995년 말에는 셧다운이 21일동안 계속됐고, 오바마 정부 때인 2013년에도 17일간 정부가 마비됐지만, 일반적으로는 짧게 끝났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의 피해는 더 커진다. 서둘러 수습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은 셧다운 국면을 빨리 끝내겠다는 목표다.

멀 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합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셧다운이 발생했지만, 관공서가 월요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합의를 이뤄낸다면 셧다운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3주짜리 초단기 예산안을 다시 올렸다. 일단 셧다운 피해를 줄이고 다음 달 8일까지 시한을 벌자는 것이다.

상원 의원들은 20일 오전 모여 부결된 임시예산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재표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셧다운을 빨리 끝내는 건 좋지만, 임시 예산안의 기간은 4~5일 정도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정부에게 몇 주씩 여유를 줄 수 없다는 논리다.

임시 예산안 표결은 일요일인 21일 오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수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 표결에서 찬성이 많으면,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열 수 있다.

안승찬 (ahns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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