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방남중지에 '유감표명' 대신 '자국언론' 탓한 정부

박소연 기자 2018. 1. 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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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이유 성급히 예단 안돼"..언론엔 "대승적 차원서 평화올림픽 협조해달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단장 현송월) 방남 취소에 관한 정부 입장을 밝히기 위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통일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북한이 20일로 예정됐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남측 파견을 전날 밤 돌연 중지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훈풍이 일던 남북관계에 제동이 걸렸다. 북측의 일방적 취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사태의 이유를 파악하거나 북한에 유감을 표시하지 못한 채 우리 언론 보도에 화살을 돌렸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전날 밤 10시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통지문을 보내 20일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우리측 파견을 중지한다는 것을 알려왔다. 북측은 파견을 중단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약속한 날짜를 채 2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북측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7명의 예술단 사전점검단 대표단을 우리측에 파견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었다. 반나절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에 남북고위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일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휴일임에도 장관이 직접 나서 브리핑을 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그만큼 이 사태를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그러나 조 장관은 북측에 파견 중단 사유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며, 파견 일정을 다시 잡으면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것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북측의 방남 취소 이유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이유를 듣지 못했으며, 이유를 섣불리 예단해서도 안 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연락관이 오늘 북측 연락관에 개시통화를 하며 이유를 물었지만 별 언급이 없었고, 북한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언급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유를) 섣불리 예단하기보다 차분히 지켜보며 대응해 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북측이 최근 회담에서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위당국자는 "지난 3차례 남북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어떤 대가를 얻어내려 한다거나 장애를 조성하려 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북측도 우리측이 제기한 것들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짧은 기간 동안 남측을 방문하는 준비를 차질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진지하고 협조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아무런 설명 없이 약속을 저버린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고위당국자는 "아직 북한의 사정이 어떤 것인지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한 쪽으로 넘겨짚으며 대응하는 것은 조금 시간을 갖고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로 냉각됐던 남북관계가 이제 막 풀려가는 중요한 시점에 성급히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모처럼 맞이한 남북관계의 해빙기를 평창 '평화올림픽'까지 잘 이어가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화살을 자국의 언론 보도로 돌리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단절되고 악화돼온 만큼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비판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서 또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해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저희가 돌아가서 좀 더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 대표단 참가 문제를 보고 우리 언론에서도 평창 평화올림픽 협조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전날 북측 사전점검단의 방남 중지가 우리 언론보도와 관련있다고 보지 않으며, 우리 언론의 현송월 등 과열취재에 북측이 불편해하는 것을 느끼지 않았다면서도 "그런 부분을 같이 생각해 달라"며 이 같은 말을 했다. 심지어 "북측의 리선권 단장이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 언론의 북핵문제 보도 등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우리 기자분들께서도 직접 보셨을 것"이라며 북측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추측성 보도나 과도한 비판보도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엔 "한반도기 공동입장은 남북 간 관례가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공동입장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데 그런 것과 조금 다르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측면이 있다"며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관련해선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어려움이 있는데 최종적으로 IOC에서 아직 결정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언론을 넘어 비판 '여론'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한 것이다.

지난 9일 2년여 만의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17일까지 남북이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단시간 내 3차례 접촉을 가지면서 언론의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무회담 등은 과거 관례를 근거로 정부가 언론 취재를 극도로 제한해 불만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해 고위당국자는 "정부의 잘못된 미숙한 대응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저희가 앞으로 잘 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전체적으로 같이 노력하자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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