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포커스] 공인에이전트 시대 열린 프로야구, 시장에 미칠 영향은?

안준철 2018. 1. 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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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8년 프로야구에 공인 에이전트(선수대리인) 시대가 열린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지난 18일 KBO리그 선수대리인 91명의 공인을 확정하고 선수대리인 명단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통보했다.

에이전트의 도입은 구단과 선수간의 직접 협상이 아닌 에이전트를 통한 선수 권리 찾기의 시작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에이전트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스포츠산업의 몸집이 커진데에는 에이전트의 활약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년 개봉)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다.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라는 대사와 함께.

2018년 2월부터 공인 에이전트가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게 된다. 이들은 과연 프로야구 시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배적인 분위기는 당장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에이전트 도입으로 야구계 전반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에이전트 공인을 주도한 선수협은 “KBO시장의 한계, 선수들의 선택 여부, 구단과 대리인간의 긴장관계, 불공정한 규약 등 대리인제도 시행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공인선수대리인들이 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선수가치의 제고, 선수의 자기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프로야구발전에 인적 인프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KBO는 공식적으로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KBO규약 상에는 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근거 규정이 있다. KBO 규약 제42조는 ‘대리인(에이전트)’에 대해 ‘①선수가 대리인을 통하여 선수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소정의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하여야 한다. ②대리인은 동시에 2명 이상의 선수를 대리할 수 없다. ③대리인제도의 시행일은 부칙에 따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는 2000년에 도입된 규정이다. 규정에는 대리인제도에 대한 근거규정을 두고 부칙으로 이를 제한해 온 것이다.

KBO가 공인 에인전트 도입을 주저했던 점은 시장질서의 난립이다. 프로야구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데, 에이전트까지 도입되면, 선수 몸값 부풀리기 등 구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에이전트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1999년 FA도입 이후 지나친 몸값 상승에 따른 부작용 및 템퍼링(사전접촉)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공식적인 에이전트 도입을 통해 모든 걸 투명하게 만들고, 시대의 흐름상 구단이 행사하고 있는 선수에 대한 권리를 선수들이 주장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 또 승부조작 등 개인적인 일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공인 에이전트를 통한 선수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큰 설득을 얻었다. KBO도 이런 차원에서 에이전트 도입을 더 이상 막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년 전부터 에이전트들이 활동해 온 게 사실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특정 에이전트가 특급 FA 계약을 주도했다는 얘기가 있다. 구단도 선수와 직접 협상에 나서기보다는 에이전트와 테이블을 차리고 협상에 임하기 마련이다. 주도권은 에이전트가 쥐고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은 공인 에이전트를 도입하지 않는 제도 아래에서 불법이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협은 시험을 통한 공인 에이전트 자격을 부여했다. 첫 배출된 공인 에이전트 91명 중 39명이 국내변호사(사시 18명, 변시 21명)이며, 일본변호사 1명, 미국법학석사 1명, 법무사 3명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스포츠업계 17명, 일반회사 소속이 14명, 보험설계사 2명, 의료계 2명이다. 물론 변호사만 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KBO규약 개정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다만 공인 에이전트 도입을 통한 갈등이 남아있다. 기존에 에이전트로 활약하던 이들 중 대부분이 이번 에이전트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왜 선수협이 에이전트 공인기관이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격시험을 통과해 공인 받은 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선수는 총 15명(구단당 3명)으로 제한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시장 현실을 무시한 규제라는 볼멘 목소리가 많다. 특정 업체들은 이미 계약한 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선수협을 압박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에이전트 제도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장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이긴 하다. 한 관계자는 “에이전트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현재 다수의 여론처럼 에이전트 도입을 통해 스토브리그 과열양상이 즉시 해소된다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며 “에이전트 제도를 뒷받침할 여러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FA등급제 등의 도입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과열된 분위기에서는 에이전트 시장이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구단 고위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형 계약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전체 선수로 따지면 10%도 안되는 비율이다. 대형 선수를 끼지 않으면 에이전트들도 힘든 구조다”라며 “지금처럼 몸값만 천정부지로 올라가면, 모두 공멸하는 길이다. 이상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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