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1석 VS 20석..안철수와 박지원의 희비 가를 운명의 의석수

안효성 입력 2018.01.20. 06:00 수정 2018.01.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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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왼쪽), 안철수 대표가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마라톤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31석이냐 20석이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웃을지, 통합을 반대하는 박지원 전 대표가 웃을지를 결정하는 의석의 마지노선이다.

국민의당은 이미 분당(分黨) 수순을 밟고 있다. 안 대표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18일 통합개혁신당(가칭)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하자,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 통합 반대파는 개혁신당(가칭)의 창당을 본격화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조만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기존 양당에다 통합개혁신당과 개혁신당을 포함한 신4당 체제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개혁신당과 개혁신당의 관건은 의석수다.

국민의당(39석)과 바른정당(9석)이 합쳐진 통합개혁신당은 ‘강한 야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 대표는 19일 “통합개혁신당이 잘되면 굉장히 중요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확실히 견제하고 대안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안에 따라 통합개혁신당은 한국당과도 협력해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 한국당의 의석수 118석에 더해 의결정족수인 149석(현 총의석 297석)을 확보하려면 31명 이상의 의원이 합류해야 한다. 국민의당 통합파 의원은 “비례대표 중 통합에 비우호적인 일부 의원을 고려하면 35석 이상의 의석수는 갖고 가야 통합개혁신당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고 말했다.

통합 반대파 추진하는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이들이 목표는 ‘집권야당’이다. 현재의 정의당과 같은 위치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천정배 의원은 17일 언론인터뷰에서 “우리가 다수가 되면 문재인 정부는 국회 다수파가 될 수 있다”며 “개혁신당이 캐스팅보터가 되면 ‘제2의 김이수 사태’와 같은 일은 단언컨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121석)만 고려했을 때는 28석이 필요하지만, 정의당(6석) 등 친민주당 성향의 의석수(129석)를 보면 20석만 확보하면 의결정족수를 넘긴다. 전북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국회의장 선출부터 민주당이 먼저 손을 뻗어올 일이 많다고 본다”며 “개혁입법 등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과제에 협력하며 장관 자리도 배분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청년이 미래다'에 나란히 참석했다. 강정현 기자
변수는 국민의당에서 통합파와 반통합파 사이에서 입장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한 관망파의 향배와 비례대표 출당 여부다. 통합개혁신당의 경우 관망파의 합류가 없으면 31석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전원 합류가 유력한 바른정당 의석(9석)을 빼면 국민의당에서 최소 22명의 의원이 통합에 동참해야 31석을 채울수 있는데, 현재 통합에 확실하게 동조하는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ㆍ김관영ㆍ송기석 ㆍ이언주ㆍ이찬열 의원 등 5명 뿐이다. 비례대표 전원(13명)이 합류하더라도 18석에 그친다. 김동철ㆍ김성식ㆍ박주선ㆍ손금주ㆍ이용호ㆍ주승용ㆍ황주홍 의원 등 관망파의 합류가 필수적이다. 이들 대다수는 안 대표의 밀어붙이기식 통합에는 불만을 갖고 있다. 18일 안 대표와 유 대표의 통합선언 후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구태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이 개혁신당에 당장 합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한 관망파 의원은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도 당을 흔드는 건 마찬가지인데 굳이 거기로 가서 정치해야하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박 부의장 등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며 설득전을 하고 있다.
통합반대파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박지원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의 경우 비례대표 합류 없이는 20석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에서 출당을 시켜주지 않으면 의원직을 유지한 채 개혁신당 합류가 불가능하다. 지역구 의원 중 개혁신당 합류가 확실한 의원은 김경진ㆍ김광수ㆍ김종회ㆍ박준영ㆍ박지원ㆍ유성엽ㆍ윤영일ㆍ이용주ㆍ장병완ㆍ정동영ㆍ조배숙ㆍ천정배ㆍ최경환 의원 등 13명이다. 비례대표 의원 중 통합에 반대하는 박주현ㆍ이상돈ㆍ장정숙 의원 등이다. 박지원 전 대표와 가까운 박선숙 의원도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개혁신당 측 관계자는 “비례대표들이 출당 조치 돼 원내교섭단체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망설이고 있는 호남에 지역구를 둔 관망파가 대거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개혁신당의 대표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배숙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 전체를 출당시켜 달라”며 합의이혼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 대표는 출당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비례대표를 출당시켜 주면 통합 반대파가 커지는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원하는 의석수를 채우지 못하면 양패구상(兩敗俱傷)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부의장은 “현재 국민의당보다 의석수가 적은 당으로 쪼개지면 민주당과 한국당은 신당들에 협조를 구하기보다 1·2당 끼리만 거래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