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트렌드] 눈물 많아진 남자, 울지 못하는 여자

천지우 기자 2018. 1.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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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울고 싶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모여서 함께 우는 '루이카쓰(淚活)' 모임이 있다.

말 그대로 눈물(淚)을 흘리는 활동(活)이다.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 미카미 요시하루(47)씨는 "눈물 흘리는 건 알몸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 되면 갑자기 친근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회사에 소속된 이후에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해볼 생각으로 루이카쓰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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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영상 보며 눈물 흘리는
日 ‘우는 모임’ 속 풍경 변화
남성 참가자 절반 정도로 늘어
관리직 여성 울지 못해 고민도
“울면 잘 때처럼 뇌 편안해져”

일본에는 울고 싶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모여서 함께 우는 ‘루이카쓰(淚活)’ 모임이 있다. 말 그대로 눈물(淚)을 흘리는 활동(活)이다. 실컷 울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개운해지는 것에서 착안됐다. 5년 전 도쿄에서 여성들의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됐고 남녀 비율도 비슷해졌다. 20대부터 50대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참여한다.

NHK방송은 최근 도쿄 우에노에서 열린 루이카쓰 행사를 소개했다. 저녁 7시에 여성 10명과 남성 10명이 한곳에 모였다. 이들은 프로젝터를 틀고 한 악기 판매회사의 광고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던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곡을 서툰 솜씨로 연주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곧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다 울고 나면 참가자들끼리 좌담회를 갖는다. 평소 남들에게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인 뒤라서 이상하리만치 솔직하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 미카미 요시하루(47)씨는 “눈물 흘리는 건 알몸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 되면 갑자기 친근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로 오래 일했던 미카미씨는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남들과의 대화 자체가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회사에 소속된 이후에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해볼 생각으로 루이카쓰에 참여하게 됐다.

영상을 보면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린 미카미씨와는 달리 요코하마 도모코(42)씨는 울지 않았다. 건강·미용제품을 취급하는 상사의 부장인 요코하마씨는 “이런 곳에선 울어야 편하지만 또 참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탁월한 영업 실적으로 이미 30세 때 관리직으로 발탁된 이 여성은 남들에게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습관이 돼 있었다. 부하직원 6명이 모두 남성인데, 이들에게 자신이 고민하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책상에 손거울을 세워놓고 항상 들여다본다고 한다.

루이카쓰는 이벤트 기획자 데라이 히로키씨가 2013년 ‘이혼식’을 진행하다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다. 그는 이혼식에서 한바탕 운 사람들이 후련해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엔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뇌생리학자인 아리타 히데호 도호대 명예교수도 “눈물을 흘리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돼 깊은 수면을 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가 편안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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