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 국민에 용서 구하는 게 최선"

정반석 입력 2018. 1. 20. 04:47 수정 2018. 1. 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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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前 청와대 제1부속실장 단독 인터뷰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

배신감이나 복수심은 전혀 없어

아내 喪 때 靑 직원들이 도와줘

이런 돈 쓰면 안 된다고

충언하지 못한 죄가 크다

책임 지는 모습 보여주셨으면

돈 전달 통로로 알려진 강현희

잘못된 보도로 고생한 것 미안”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3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MB) 전 대통령 관련 의혹 수사의 ‘키맨’으로 주목 받아온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19일 한국일보와의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은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진실을 밝힌 게 “배신감이나 복수 때문에 나선 것은 아니다”며 “아이들에게 더 이상 잘못된 모습을 보일 수 없었고,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심경을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 높아졌느냐”며 “더 이상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었다”고 그간의 고충도 털어 놓았다.

15년간 이 전 대통령 수행비서로 일하며 ‘MB 분신’, ‘성골 집사’라 불렸던 그는 MB와의 사이가 틀어진 계기로 일부에서 보도한 부인 장례식과 관련해선 “수형자가 상주인데 대통령이 올 것이라 기대도 안 했다”며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장례식장을 지켜줘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또 “국정원 특활비 통로는 저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인데, 서로 그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며 “(돈 전달 통로로 알려진) 강현희 제2부속실장 등 당시 동료들이 잘못된 보도로 인해 마음 고생할 것이 너무 미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MB에 대한)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워낙 검찰 수사가 탄탄하게 진행돼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사용과 관련해 그는 “‘대통령에게 이런 돈 쓰면 안 된다’고 충언하지 못한 죄가 크다”고 자책하면서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께서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찰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진술했다고 하는데.

“제가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한 것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이라거나 진실을 밝히는 의인이라서가 아니다. 검찰 수사가 워낙 탄탄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제겐 가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다해야 한다. 더 이상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안되지 않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나가겠나.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들의 시선이 얼마나 높아졌나. 그런 상황에서 제가 안고 갈,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부인 장례식 문제로 MB와 틀어지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형자(김 전 실장은 당시 저축은행 뇌물사건으로 수감 중이었다)의 장례식장에 이 전 대통령 내외가 올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 기대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계가족 한 사람이라도 오셨으면 하고 섭섭함을 표한 적은 있지만.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많이 와 조문하고 격려해줬고, 특히 부속실 직원들은 상중인 3일 내내 도와줘 크게 위로가 됐다. 당시에는 청와대에 누를 끼치고 나온 상황이었으니 고맙게 생각한다.”

-MB가 사면을 안 해줘 불만을 품었다는 보도도 나오는데.

“재판에 오갈 때 굴비처럼 엮여서 끌려 다니는 게 인간적으로 힘들어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심에 가서도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구속된 지 6개월쯤 됐는데 어찌 대통령이 사면할 수 있겠나. 사면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MB 쪽에선 김 전 실장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입장인데.

“제가 어떤 사실을 폭로한 것도 아니고, 피의사실에 대해 소명한 것인데 마치 어떤 복수심에 의한 배신자로 비춰진 게 힘들다. 저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 할 뿐이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은 그 한 분(MB)밖에 없다. 참모들이랑 숙의할 때 그런 진실들을 소상히 이야기하셔야 할 텐데, 사실관계를 모르는 참모 20명, 30명 모아 놓고 이야기해봤자 무슨 답이 나오겠는가.”

-관련 내용을 소상히 아는 이들이 측근 중에 없다는 말인가.

“아실 만한 분이 누가 있겠나. 김백준 전 기획관과 제가 국정원 특활비 통로였는데, 서로 간에도 모를 정도였다.”

-방미 중인 김윤옥 여사가 특활비로 명품을 구입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데.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검찰이 물어본 적도 없다.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겠나.”

-얼마를 어떻게 김 여사 쪽에 전달한 것인가.

“1억원 상당을 애초에 미화로 받아 그대로 전달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국정원 직원에게 받았다는 정도밖에 말 못 한다.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것은 맞지만 항간에 보도된 것처럼 제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에게 받은 돈을 강현희 제2부속실장에게 줬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여성 행정관에게 줬다.”

-이외에 추가로 받았던 특활비는 있는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더 말하기가 어렵다. 저한테 귀착된 게 있고, 있는 그대로 소명했다.”

-MB 기자회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봤지만 심적으로 좋진 않다. 특활비가 과거 관행인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이제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들이 관행이라고 용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사과 드리고 용서 구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게 최선이지 않겠나. 물론 제가 과거의 잘못으로 누를 끼친 점이 많고, 이미 많은 잘못을 저질러 수사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도 송구스럽다. 한 때 모셨던 분이라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저도 ‘이러시면 안 된다’하고 충언을 하거나 바로잡지 못한 죄가 있다. 제가 잘 한 게 뭐가 있겠나.”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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