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135일 범죄 제로.. 비결은 '치안 빅브러더'

호찌민/김경필 특파원 입력 2018. 1. 20. 03:06 수정 2018. 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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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AI·빅데이터·안면인식 기술로 국민 일거수일투족 감시]
작년 11월 감시 시스템 구축
수천명 몰린 지하철에서도 '요주의 인물' 찾아내 추적 가능
범죄 줄어드는 효과 있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 목소리 커져

수천 명 인파가 몰린 지하철역 승강장에 한 남성이 나타나자 경찰의 지령 센터에 경보가 울렸다. 인공지능(AI)이 CCTV 카메라가 보내오는 영상을 분석해 경찰의 요주의 인물 목록에 올라 있는 남성의 얼굴을 찾아낸 것이다. 대형 스크린에 비친 영상에는 남성의 얼굴에 '의심스러움'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영상 아래엔 이 남성이 최근 24시간 동안 언제 어디서 포착됐는지 시간순으로 정리돼 표시됐다. 이 남성이 메고 있던 배낭을 벗어두고 현장을 떠나자 배낭에도 '방치된 물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감시 시스템에는 남성이 배낭을 버리는 순간을 담은 영상과 배낭이 버려진 시각이 자동 저장됐다.

/일러스트=김성규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싱가포르 정부와 일본 IT(정보기술) 기업 NEC가 지난해 11월부터 구축하고 있는 감시 시스템의 실제 작동 모습이다. NEC는 이 시스템을 싱가포르의 전략 산업단지인 주롱섬에 먼저 적용하는 시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싱가포르의 범죄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정보 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안전한 도시 지수 2017'에서 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경찰에 따르면 2016년 강력범죄와 주거침입·절도·날치기·소매치기의 발생은 3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연중 135일은 소매치기와 주거침입, 강도 사건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미국 CNBC방송이 최근 싱가포르 중심가 래플스플레이스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는 기자가 카페에 노트북 PC와 스마트폰, 지갑을 두고 2시간 넘게 자리를 비웠지만 물건에 손을 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싱가포르의 높은 치안 수준은 경범죄에도 고액의 벌금이나 태형을 부과하고, 최근 30년간 430명 이상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등 엄벌주의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AI와 빅데이터 분석, 얼굴 인식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촘촘히 구축하고 있는 감시 시스템 덕분이라고 자평한다. 싱가포르 경찰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찰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활용해 1600건 이상의 사건을 해결했다"며 "경찰 카메라 망이 범죄와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2년부터 1만곳이 넘는 아파트 단지와 공용 주차장에 경찰이 운영하는 감시 카메라 6만2000대를 설치했다. 2016년부터는 1만1000대를 추가 설치하는 2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CCTV 카메라가 세계에서 가장 밀집한 영국 런던에 설치된 경찰의 감시 카메라 5만1000대를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해 8월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9만5000개에 달하는 가로등 전부도 각종 감시 장비와 감지기가 달린 '스마트 가로등'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비들이 수집하는 영상과 음성을 비롯한 데이터들은 싱가포르 정부와 NEC가 구축할 '스마트 지령 센터'에 모여 실시간으로 분석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 35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된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에는 군중 감시·통제용 드론(무인기)까지 등장했다. 이 드론은 카메라로 군중을 감시할 뿐 아니라 스피커가 달려 있어 군중에게 경고를 보내고 경찰의 지시를 전달할 수 있다. 싱가포르 경찰은 앞으로 주요 국경일과 명절 행사마다 이 드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국가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시하는 '빅 브러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 LA타임스는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는 무수한 감지기와 카메라로 모든 것을 추적하는 것"이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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