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기밀' 김상경, 그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인터뷰]

장수정 기자 2018. 1. 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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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배우 김상경은 반듯한 모습과는 달리, 수더분한 모습으로 의외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 '1급기밀'의 주제인 방산 비리 문제에 공감하며 목소리를 높인 김상경은 극 중 남다른 용기로 군대 내 비리를 폭로한 박대익 소령의 소신 있는 모습과 닮아있었다.

'1급기밀'(감독 홍기선·제작 미인픽쳐스)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지난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와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에서 방영된 해군 장교의 방산비리 폭로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번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실제 사건의 인과 관계를 뚝심 있게 담아낸다.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으며,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를 밝혀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가 짜임새 있게 담겼다. 김상경은 이렇듯 하나의 주제를 향해 달리는 이번 영화에 대해 "정직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흥미를 끌만한 유머러스한 요소들은 배제하고 팩트 위주로 편집된 것에 대해 "잔기술을 안 보여주고 사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묵직한 느낌이 확실히 있다"고 영화의 목적을 강조했다.

영화의 완성본을 본 김상경은 이를 보지 못하고 떠난 故홍기선 감독이 더욱 생각났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홍기선 감독은 영화를 촬영한 이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이은 감독이 편집을 대신했다. 그는 "감독님의 묵직한 힘이 최종본에서도 느껴진다. 하지만 촬영 때보다 좀 더 팩트 위주로 편집이 된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편집을 거치면서 또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영화이기에 김상경은 "감독님이 직접 편집을 했으면 또 다른 느낌이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궁금함을 안고 있었다.

특히 감독님이 세상을 떠난 후 꿈까지 꿨다는 김상경은 당시 홍기선 감독이 해준 말에 더욱 힘을 얻었다고. 그는 "감독님의 표정이 너무 좋았다. 그때 '우리가 이겼어요'라며 '이 영화를 찍고, 개봉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긴 거다'고 하셨다"는 일화를 밝혔다. 이에 그는 "편집은 다른 분이 했지만, 완성된 작품과 감독님의 마음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안도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의 메시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그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가 연기한 박대익의 모티브가 된 김영수 소령을 만나 조언을 들으며 확신을 얻어갔다. 특히 그는 김영수 소령이 직접 출연했던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을 보게 됐고, 현재와는 확연히 다른 얼굴을 가진 김영수 소령을 보며 연기에도 도움을 얻었다고. 그는 "'심리적인 고통이 사람을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구나' 싶었다"며 이 같은 변화를 캐릭터에 녹여내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했다. 그는 "김영수 소령의 선택은 아내와 자식들을 전부 배신자로 만드는 엄청난 일 아니냐"며 "정말 거대한 힘이 뒤에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공포스럽기도 했다"고 캐릭터와 실존 인물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상경은 이렇듯 영화가 안고 있는 현실 문제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실제로 군대에서 경험한 부조리를 털어놓으며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994년 군에 입대했고, 당시 1970년 대 물통을 받고 경악했다는 일화를 털어놓으며, 군대 내 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보안 문제는 보수, 진보를 떠나 상식 문제”라며 그저 상식적인 문제를 다룬 것뿐"이라며 진영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보수와 진부 양 진영이 같이 손잡고 와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정치계 대화합을 이뤄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관람을 당부한 김상경이다.


이번 영화에서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군인을 연기한 그는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도 택시기사 민우 역할로 올곧은 모습을 보여줬다. 더불어 영화 '살인의 추억'과 '몽타주'에서는 형사를 연기하며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상경은 "정의로운 역할을 많이 해 착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이젠 군인까지 했으니 그런 역할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신뢰감 넘치는 그의 이미지 탓에 시사프로그램 제의도 들어왔으며, 이를 계기로 과거 파일럿 시사프로그램 '공소시효'를 통해 묵직한 진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상경은 "시사프로그램 정규 방송은 못 할 것 같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그는 "다른 걸 하면 배우를 못 할 것 같았다. 일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연구를 엄청 해야 한다. '공소시효'때도 진짜 형사처럼 시체 사진들을 보기도 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그는 '살인의 추억' 촬영 당시에도 실제 파일을 살피며 역할을 연구했고,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마다 그런 걸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는 연기가 가장 좋고, 그렇기에 연기에 올인 중이라는 김상경이다.

이렇듯 일에서만큼은 철저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김상경은 일상에서는 평범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아이들도 나를 직장인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한 그는 자신은 직업이 배우인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영향력이 발휘되는 게 부담스럽고, 정치 신념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그는 "나는 완전히 을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나 관객이 갑이고 나는 그저 을이다"라며 "배우는 아이러니하게 누가 좋아해 주지 않으면 못 사는 직업이다. 특히 배우는 남이 좋아해 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겸손한 대답을 했다.

김상경은 자신은 그냥 연기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어떤 신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일엔 분노하고, 캐릭터의 아픔에 공감한 그는 누구보다 철저히 캐릭터를 연기했다. 더불어 이 같은 그의 소신은 극 중 박대익 소령의 용기를 더욱 빛나게 했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1급기밀|김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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