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법정에 처음 만난 朴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서로 힐끔
어색했던 '문고리 3인방' 모인 첫 재판
얼굴 붉어지고·서로 힐끔·천장 보기도
남재준 전 국정원장 당시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냈던 오모 씨가 증인석에서 특활비 상납이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말하는 동안, 피고인석에 앉은 안봉근 전 비서관은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인 채 앉아 있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의 재판에서다.
오 전 보좌관은 2013년 5월부터 남 전 원장이 퇴임한 2014년 4월까지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오 전 보좌관은 "안봉근 비서관이 대통령과 국정원장 간 전화를 연결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매달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현금 5000만원을 전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오씨가 "네"라고 답했을 때, 이 전 비서관은 눈을 감고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때때로 천장을 바라봤다.
오 전 보좌관은 남 전 원장으로부터 "비서실장을 보낼테니 특활비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종이박스에 5000만원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상자에 5000만원을 다 넣고, 그것을 봉투에 넣고 봉투를 테이핑했다"면서 그렇게 포장을 한 이유는 "창피하다고 생각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부하가 쓰도록 돼 있는 돈을 상급자가 쓴다는 게 상당히 치사하고 떳떳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창피한 일을 다른 사람까지 공유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제가 (청와대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비서실장을 보낸다고 해서, 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종이상자에 넣었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서 함께 모인 세 비서관은 때때로 서로를 쳐다봤다. 재판이 시작되기 5분 전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이 들어와 피고인석에 각자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앉았고, 재판 시작되기 직전에 들어온 정 전 비서관은 피고인석에 앉을 자리가 없어 방청석을 등진 의자에 앉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비서관에게 "국정원장에게 청와대로 돈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돈이 오지 않으니 다시 말씀드려달라"고 말한 것이 이 상납의 시작이라고 봤다. 안 전 비서관은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안 전 비서관 변호인은 "오히려 이헌수 전 기조실장이 먼저 전화를 해 '청와대에 뭘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제안해온 것인데 어떻게 뇌물수수·국고손실범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변호인을 통해 "공소장에 주범 격인 박 전 대통령과 어떻게 공모했는지에 대한 기재 없이 어떻게 공범이 성립되는지 의문이다"면서 "뇌물수수가 아니라 준뇌물공여 또는 뇌물전달의 공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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