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여제 꿈' 김예은 "우승후 당구에 더 욕심 생겨"

2018. 1. 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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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구미래]⑥"당구선수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신동소리 들어"
"방송출연 후 마음 다잡아..당구는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스포츠"
지난해 양구에서 펼쳐진 `제13회 대한체육회장배 2017 전국당구대회`에 나선 김예은이 경기 중 공의 진로를 바라보고 있다.

[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김예은(충남연맹‧18)은 어린 시절부터 ‘당구신동’으로 불렸다. 당구 선수인 아버지(김진수‧충남연맹)는 어린 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어린 나이에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당구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러던 2016년 5월, 가족 간의 고민을 다루는 TV프로그램에 김예은의 사연이 소개됐다. 딸(예은)은 ‘당구’가 너무 싫은데, 딸의 재능을 알아본 부모는 딸을 세계챔피언으로 키우기 위해 애쓴다. 이 과정에서 딸 예은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놀이가 인생의 전부가 되어가는 과정이 부담으로 다가오며 힘들어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딸의 속마음을 알게된 부모님은 앞으로 선수보다 ‘딸 예은이’로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이게 방송의 골자다.

결과적으로 김예은에게 이 방송 출연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방송이 나간 2년 사이에 김예은은 더 성장했다. 진심으로 당구대 앞에 섰다.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섰다. 방송이 나간 2016년 5월에 열린 국토정중앙배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후에도 2개 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2016년을 국내랭킹 4위로 마무리했다.

당구와 관련해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면서도, 나이에 맞는 순수함으로 장난기 가득한 김예은을 만났다. 아래는 김예은과의 일문 일답.

▲지금도 당구가 싫은가?

=(웃으면서)전혀. 그간 책임감도 생겼고 열심히 하려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회 우승을 통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방송 나간후 바뀐 부분은?

=개인적으로 변화된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부분은 부모님이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신다. 그래서 당구와 관련해선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다. 또 컨디션 조절을 스스로 하는 능력이 생겼다. 큐만 잡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의미있게 훈련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방송 후에 ‘당구를 싫어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힌 게 걱정됐다. 당구가 싫은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천재소리 들으며 짊어진 부담감이 싫었던 거였다. 당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스포츠였는데,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방송 후에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느껴졌다.

▲그래도 방송을 통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됐던 것 같은데.

=맞다. 방송에서 나온 게 아예 없던 일을 만든 건 아니었으니까. 그간 부모님과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중학교 입학할 시기에 당구를 시작했다. 당시엔 또래보다 실력이 빨리 늘었다고 너는 조금만 더 하면 성인부, 남자부에서도 통할 실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당구장을 찾는 삼촌들도 대회만 다녀오면 다들 성적부터 물어봤다. 시작부터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 한쪽에서 자라났던 것 같다. 지금은 그게 모두 관심이고 사랑이었다는 걸 알지만 당시에는 버거웠었나보다(웃음).

▲2006년에 우승도 하고 국내랭킹도 4위로 올라섰는데.

=성적은 가장 좋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한 해였다. 대회를 하다 보면 경기에서 졌어도 내용이 좋아서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있고, 우승을 해도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해 아쉬울 때가 있다. 그 해가 딱 그랬다. 물론 우승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지만, 매 대회마다 성적보다는 스스로 경기 내용에 만족하는 대회를 만들자고 다짐한다.

▲2017년에는 더 욕심이 생겼을텐데.

=사실 작년 초에 다시 슬럼프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어려서 그런지 감정 기복이 심한 편 같다(웃음). 여기서 더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예선 탈락까지 겹치면서 더 무기력해졌다. 그래도 이번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연습이 모자랐구나, 감각을 살리지 못한 내 탓이다’라고 마음을 추스른 덕분에 후반기에는 준우승도 할 만큼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양구에서 펼쳐진 `제13회 대한체육회장배 2017 전국당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예은이 시상식 후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나.

=밤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좋은 척, 감정을 숨겨야 될 때가 많았다. ‘오늘은 이런 일 때문에 속상했고, 저런 일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록 하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니까 마인드컨트롤이 되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작년 준우승 대회(2017대한체육회장배)다. 대회 내내 내용이 좋았는데, 딱 결승전 경기에서 감각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경기 끝나고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 이외에도 경기 내용이 좋아도 상대가 더 잘해서 진 경기는 모두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특정한 어떤 선수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항상 대회마다 우승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저 자리에 서 있자고 다짐만 할 뿐이다. 당구는 나에게 주어진 공을 풀어가는 나만의 싸움이다. 유난히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경기가 시작되면 내 감정만 컨트롤 하려고 집중한다.

▲장점을 배우고 싶은 선수가 있나.

=산체스 선수의 샷과 스트로크, 쿠드롱 선수의 득점력 등의 경기 운영 능력을 닮고 싶다.

▲올해 목표는?

=국내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것과 해외시합에 나가는 것.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외국 선수들과 맞붙어서 그들의 스타일을 직접 경험하는게 우선 아닐까. 낯선 환경을 극복하면서 경기에 임하고 싶다. 무엇보다 해외에 나간다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이니까(웃음). 그리고 방송에서 얻었던 이미지를 벗고 싶다. 게으르고 당구치기 싫어하는 이미지보다 책임감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당구선수 김예은의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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