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 명승부 속출, 여자배구 성공비결

양형석 2018. 1.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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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17-2018 V리그] 3강1중2약 구도 형성된 여자부 전반기 결산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이번 시즌 V리그는 출범 후 처음으로 남녀부의 분리운영을 실시했다. 사실 실업배구, 그리고 V리그 초창기까지만 해도 여자부 경기는 메인이벤트인 남자부 경기에 앞서 관전하는, 소위 '오픈경기'의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남자부와 여자부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경기를 펼칠 경우 관중동원이나 시청률 면에서 '여자부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V리그 여자부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평균관중에서도, 시청률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몇몇 빅매치들은 오히려 남자부 경기의 시청률을 능가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프로 농구가 그런 것처럼 여자부를 완전히 독립시켜 한국여자배구연맹을 출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물론 이는 경기 시간, 지역 연고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V리그 여자부의 인기가 올라간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치열한 순위싸움과 그에 따른 흥미로운 경기의 속출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전반기가 끝난 현재 여자부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IBK기업은행 알토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선두권에서 경쟁하고 있고 KGC인삼공사도 상승세를 타며 무서운 속도로 상위권을 추격하고 있다. 후반기에도 이런 구도가 이어진다면 V리그 여자부 흥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란의 도로공사와 관록의 기업은행, 높이로 도전하는 현대건설

 수비에서 궂은 일을 책임진 '살림꾼' 문정원의 헌신이 없었다면 도로공사의 전반기 1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 한국배구연맹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흥미로운 전개는 '하위팀의 반란'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도로공사의 전반기 선두 등극은 여자부의 판도를 흥미롭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검증된 공격수 이바나 네소비치를 지명했고 FA시장에서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를 영입하면서 도로공사의 전력은 지난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에게도 공을 고르게 분배하는 이효희 세터의 노련한 경기운영과 전반기 수비 부문(리시브+디그) 1위(세트당 9.00개)를 차지한 임명옥 리베로도 믿음직스러웠다. 무엇보다 전반기 리시브 1위(세트당 4.84개)에 오른 문정원의 안정된 수비는 도로공사 공격수들의 위력을 극대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문정원의 전반기 리시브 성공률은 47.97%로 비리베로 선수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에 올라 있다.

디펜딩 챔피언 기업은행의 저력도 여전했다. 2라운드까지 5승5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기업은행은 3,4라운드 10경기에서 8승을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뛰어 올랐다. 기업은행은 작년 11월22일 이후 선두 도로공사 외의 팀에게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물론 도로공사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지만). 

외국인 선수 메디슨 리쉘과 토종에이스 김희진이 건재한 가운데 박정아의 보상 선수로 데려온 고예림도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시즌 초반 다소 혼란이 있었던 염혜선과 이고은 세터도 상대에 따라 적절하게 출전시간을 분배하고 있다. 남지연(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이적으로 약점이 될 것 같았던 리베로 자리에 프로 6년 차 노란 리베로가 주전으로 자리 잡은 것도 전반기 기업은행의 수확이었다.

뛰어난 높이를 앞세워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했던 현대건설은 만23세의 젊은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 켐밸이 서브리시브에 부담을 느끼면서 3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특히 3,4라운드에 열린 10경기에서 5승5패로 주춤하면서 선두권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선두 도로공사와의 승점 차이가 6점에 불과한 만큼 후반기 결과에 따라 성적이 반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후반기 기적에 도전하는 인삼공사와 흥국-GS의 탈꼴찌 대결

 전반기 최하위 GS칼텍스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젊은 거포' 강소휘의 성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인삼공사는 오프시즌 동안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가 팀을 떠나면서 고전이 예상됐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주포 알레나 버그스마마저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 인삼공사는 3라운드 전패를 당하는 등 6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그 때만 해도 인삼공사의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12월2 6일 기업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고민지와 채선아를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레프트라인을 보강했고 주춤했던 알레나까지 살아나면서 지난 시즌의 경기력을 되찾았다. 실제로 인삼공사는 4라운드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단독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아직 3위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이는 9점이나 되지만 4라운드의 상승세가 후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도로공사가 V리그 여자부 전반기의 화려한 빛을 주도했다면 '어둠'을 담당한 쪽은 역시 흥국생명이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전반기 20경기에서 단5승에 그치면서 승점19점으로 5위에 그쳤다. 최하위 GS칼텍스와의 승점 차이는 1점에 불과한데 비해 4위 인삼공사와의 승점 차이는 8점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FA시장에서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을 영입했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수지(기업은행)가 이적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센터진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주장 김나희는 높이에서 한계가 있고 정시영은 전문 센터가 아니다. 그나마 루키 김채연이 교체선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보였을 뿐이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권과의 승점 차이가 17점으로 벌어진 만큼 흥국생명의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오프시즌 동안 이소영(무릎 십자인대 파열)이 큰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겪은 GS칼텍스는 지난 6일 기업은행전에서 표승주(발목인대 파열)마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GS칼텍스는 아직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이소영이 조기 복귀했을 만큼 선수부족에 시달리며 전반기 최하위에 머물렀다. 젊은 에이스 강소휘를 발굴한 것은 커다란 호재지만 현실적으로는 최하위 탈출을 후반기 목표로 삼으며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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