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몰두된 애착'이 자녀의 정서적 독립을 방해한다?

오유정 2018. 1.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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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정 기자 ]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애착’의 시대다. ‘애착 수업’, ‘애착 교실’, ‘애착 육아’등 부모와 자녀의 애착을 넘어 부부간 애착, 자기 애착 등 범위와 영역을 넘어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애착. 모름지기 심리적 갈증과 정서적 허기에 굶주리던 끝에 마침내 찾아온 시대적 변화다.

국민소득 3만불을 목전에 앞두기까지 경제적 가치가 우선시 되던 나라에서 ‘애착’을 노래하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애착(Attachment)’의 사전적 개념을 살펴보면, 부모나 특별한 사회적 인물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를 일컫는다. 어린 시절 애착의 문제는 인생의 전범위적으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생애 초기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한 사람의 전 생애에 걸쳐 정서와 관계 맺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건강한 내면이 성장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되는 애착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오늘날 애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만큼 주의해야하는  불안정한 애착과 몰두된 애착. 그러나 여전히 몰두된 애착에 대한 경계는 희미하다. 아동과 부모가 개인으로서의 구분이 없고 어느새 개인과 개인의 적절한 거리감 없이 과잉 밀착된 관계. 애착의 정도를 당장 수치화해서 가시화할 수 없지만 뭐든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정도를 지나친 '애착'은 오히려 아동의 심리적 독립을 저해한다. 

반대로 건강한 애착 관계는 아동의 정서적 독립을 수월하게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다. 건강한 애착이 기반돼야 아동은 사물을 탐색하고 환경을 탐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아의 심리적 탄생에서 서서히 전개되는 심리내적 발달 단계를 미국의 정신분석가인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는 ‘분리-개별화’라고 일컫는다.

분리-개별화 단계는 아동의 정서적 독립의 단계를 따른다.

분리-개별화 단계의 시작은 공생이 절정에 이른 시기인 5-6개월에 일어난다. 과정에서 자기로부터 독립된 어머니의 정신적 표상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아동이 자신의 개별적 특성을 구별함에 따라 자기가 대상으로부터 구별된 일련의 자기 표상들로서 드러나는 심리내적 과정이다.


특히나 말러는 분리-개별화를 부화, 연습, 재접근, 대상 항상성 4개의 단계로 나누었다.

5-6개월에서 10개월까지 나타나는 분화(differentiation)단계 동안에는 좁았던 시야가 점차적으로 넓어지면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을 둔다. 이때 아동은 궁금해하고 호기심이 생겨나며 독립성이 자라게 된다.

연습(practicing)단계는 주로 10개월에서 15개월 사이 동안 나타나며 유아는 신체적 감각이 또렷해지고 움직일 수 있어 신체적 분리의 경험을 하며 호기심이 절정에 이른다.

16-24개월 사이의 재접근(rapprochement)단계에서는 아동은 엄마에게 머무르고 싶은 마음과 분리된 개인으로서의 자율성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경험하며 심리내적 갈등을 해결하는 단계이다.

또한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호기심과 자율성을 가지지만 자신의 생존에 절대적 존재인 엄마에 대한 의존성도 다시 발달하게 되는 시기다. 아이는 멀리 달려가다가 엄마에게 되돌아와서 안기고 바로 다시 떨어지고 반복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대상 항상성(object constancy)단계는  엄마가 실제로 없더라도 엄마가 있는 것 럼 정신표상을 발달시킨다. 또한 엄마가 아동에게 화를 내도 순간 화를 낸 엄마를 기억하며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간 엄마와의 관계에서 쌓인 긍정적 특성은 기억해낸다. 

이렇듯 분리-개별화를 통해 아동은 부모에게서 독립을 이뤄간다. 아동은 부모의 무릎에 앉아 있다가 서서히 세상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음마를 떼며 신체를 탐닉하고 주변을 탐색하고 부모와 아동이 개별화된 존재로서 인식하며 부모의 표상을 만든다.

그러나 과잉애착은 아동에게 이런 분리-개별화의 기회를 제한하고 차단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의 무릎을 벗어나기도 좀처럼 힘들 뿐 아니라 부모와 개인의 경계가 없어 동일시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건강한 애착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잉 몰두된 애착에 대한 경계. 정확히 정해져 있으면 좋으련만 좀처럼 모르겠는 '정도'를 적절히 지키라는 말은  번번히 부모를 번민에 빠뜨린다. 그러나 주의해야겠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

조금씩 주의를 기울일 때, 과잉 몰두된 애착에 가까워진 찰나 다시 건강한 애착의 궤도에 오를 것이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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