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진압은 정당..법치국가가 정권따라 진실까지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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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오전 5시 30분.
이른 아침부터 장거리 손님을 받은 김씨는 기분 좋게 액셀을 밟았다.
그날 첫 손님을 태우고 아들의 사망 통보를 받을 때까지 10시간의 기억은 이후 9년 동안 김씨의 머릿속에서 매일매일 끝없이 반복 재생돼왔다.
김씨는 매년 1월 20일이면 아들이 묻힌 대전현충원에서 경찰특공대원들과 함께 추도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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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경찰특공대원 故김남훈 경사 부친 "어떤 진상을 더 조사하겠다는 건가"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대체 어떤 진상을 더 규명하겠다는 건가요. 정권이 바뀌었다고 진실까지 바뀌는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 맞나요?"
2009년 1월 20일 오전 5시 30분. 택시기사 김권찬(70) 씨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시청까지 가겠다는 손님을 태웠다. 이른 아침부터 장거리 손님을 받은 김씨는 기분 좋게 액셀을 밟았다.
한강대교를 넘어 한강대로로 들어서자 한 건물 주변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건물 위에서 화염병과 벽돌이 도로로 날아들고 있었다.
그대로 직진하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씨는 용산역 앞쪽으로 좌회전해 '전쟁터'를 빠져나갔다.
김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승객과 '저러다 사람 몇 명 죽겠다'라는 말을 나눴다"라면서 "특히 내 아들도 경찰이어서 남 일 같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정말 '남 일'이 아니었다. 오전 10시 경찰특공대원인 아들 김남훈 경장(사망 뒤 경사로 특진)이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 진압에 투입됐다가 실종됐다고 경찰이 알려왔다. 3시간여 뒤에는 아들이 망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날 첫 손님을 태우고 아들의 사망 통보를 받을 때까지 10시간의 기억은 이후 9년 동안 김씨의 머릿속에서 매일매일 끝없이 반복 재생돼왔다.
처음에는 '왜 내 아들이어야만 하느냐'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그러나 아들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의로운 임무를 수행하다 숨졌다는 생각은 분노를 지웠고, 김씨 가슴에는 슬픔만 남았다.
그러나 지난달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형사 처벌받았던 철거민들을 문재인 정부가 복권해주고, 곧이어 경찰이 용산참사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김씨의 마음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김씨는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경찰은 올바른 일을 했다"면서 "자신의 가족이나 연인이 그 8차로 길(한강대로)로 다니다가 벽돌이나 새총을 맞았다면 그렇게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서의 불법시위는 어떤 정부라도 진압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경찰은 정당한 치안업무를 했다. 이미 (수사·재판 과정에서) 그렇게 다 밝혀졌다"면서 "그런데 대체 어떤 진상을 더 규명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 부인은 아들이 숨진 충격에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수술비를 대느라 개인택시를 팔아버린 김씨는 현재 건물 경비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매년 1월 20일이면 아들이 묻힌 대전현충원에서 경찰특공대원들과 함께 추도식을 한다. 올해는 20일이 토요일이어서 19일 추도식이 진행된다.
김씨는 "우리 부부를 챙겨주는 것은 아들 동료들뿐이다. 경찰이 재조사를 하겠다지만, 정부가 시키니 하는 일 아니겠나. 경찰이 미운 건 아니다"라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진실까지 바뀌는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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