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반복되는 '용산참사'..세입자 이주대책 마련돼야"

2018. 1. 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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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철거대책위원장 이충연씨 "진상규명 기대 놓지 않아"
2013년 특별사면돼 교도소에서 나온 이충연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1년을 찾아다니며 애걸복걸했어요. 그러나 구청이고 경찰이고 아무도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죠. 그래서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충연(45)씨는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 당시 남일당 건물 위에 설치한 망루에서 농성하다가 불을 내 경찰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철거민 7명 중 1명이다.

검·경의 수사 결론은 당시 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씨 등 5명이 망루 4층에서 계단과 벽면에 '시너'를 뿌렸고, 경찰이 올라오자 이들이 던진 화염병이 시너로 옮아붙어 참사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전혀 다른 주장을 지난 9년간 해왔다. 기존 수사 결과는 경찰과 검찰,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려고 만든 짜 맞추기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왜 불이 났는지, 어떻게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는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불이 붙은 가연성 물질은 시너가 아니라 유사휘발유인 세녹스다. 철거민들은 망루에서 생활하기 위해 대형 발전기를 들여다 놨고, 이를 돌리려고 다량의 세녹스를 망루 2∼3층에 보관해뒀다.

세녹스의 양이 워낙 많아 바닥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까 우려한 철거민들은 2층 바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 빔을 박았다고 한다.

이씨는 "경찰이 그 철 빔을 뽑았고, 이어 세녹스 통이 바닥에 나뒹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흘러나온 세녹스는 경찰이 살수차로 뿌려 옥상에 고인 물 위에 떠다녔고, 여기에 불이 붙으면서 빠른 속도로 번졌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불이 시작된 원인에 대한 이씨 주장도 수사 결과와 많이 다르다. 경찰이 망루에 들어가기 위해 사용한 엔진 달린 톱이나 발전기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이라는 게 이씨 생각이다.

이씨는 "경찰은 망루에서 엔진톱을 쓰지 않았다고 하지만, 내 눈으로 망루에서 엔진톱을 봤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발전기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규명하고자 발전기 스위치에 대해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씨는 "내가 그 스위치를 켜뒀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면서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스위치를 분실했다는 어이없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는 물론 재판 과정에서도 내 주장은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모조리 묵살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3년 1월 특별사면에서 다른 관련자 3명과 함께 형 집행 정지 사면을 받고 풀려난 이씨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복권됐다.

참사의 원인이 철거민들에게 있다고 결론 내렸던 경찰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용산참사에 대해 재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씨는 "어디까지나 경찰이 꾸린 조사위여서 진실 규명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과연 김석기 의원(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당시 수뇌부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면서 "다만, 시민사회의 믿을 수 있는 인사들이 조사위에 들어가 있어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라고 이씨는 강조했다.

참사가 벌어지기 1년여 전부터 세입자들은 재개발에 들어가면 공사장 주변에 가건물이라도 지어 이곳에서 이주하는 데 들어갈 돈을 마련하도록 해달라는 등 대책을 용산구청과 재개발조합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용역의 폭력은 몇 달씩 이어졌다.

이씨는 "1년간 '애걸복걸'했지만 아무도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세입자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참사가 나자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서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부르짖었는데, 얼마 안 가서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청량리 재개발 4구역 철거민 집회에 갔는데, 용역이 폭력을 행사하고, 한겨울 강제철거가 이뤄지는 등 모든 게 그대로더라. 9년이 지난 지금도 '용산'은 반복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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