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봤다면 소방관 비난 못한다" 제천 주재기자가 전한 현장

이현지 입력 2018. 1. 19. 04:31 수정 2018. 1. 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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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께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대형 목욕탕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제천소방서 제공)

제천 화재 참사를 최초 보도한 제천 지역 기자들이 화재 초기 10분간의 화보와 함께 왜곡된 진실에 대해 보도했다.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와 투데이제천단양 정재화 기자는 18일 “제천 화재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자 한다”며 “2017년 12월 제천 화재 참사를 다른 한편으로 붉은 완장을 찬 기자들과 정치인들이 소방관들을 펜과 혀로 죽여 희생양으로 삼은 문화(文火)대참사로 부르고 싶다”고 전했다.

이들은 “제천 주재기자들은 중앙 기자들보다 빨리 화재 현장에 도착했고,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는 오후 4시부터 4시10분 사이에 현장에 도착해 취재한 기자는 전무했다”며 “초기의 화재 상황을 모르면서 누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소방관을 수사할 수 있으며, 누가 소방관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책임을 방기했다고 기사를 쓸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또 “29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었으니 상을 바랄 수는 없지만 그들(소방관들)의 사투는 진실의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4시에 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소방 인력이 모자라 무거운 소방호스를 2인 1조로 매야 함에도 혼자 짊어지고 불길로 뛰어들었다. 이미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여 1,2층은 앞을 분간할 수도 없었으며, LPG 탱크는 일촉즉발의 위기였다”며 “초기 화재 현장을 보지도 못한 기자들이 유가족의 진술만을 듣고 진실을 검은 연기로 뒤덮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제천 주재기자들은 “금일 제천뉴스저널은 전국 언론사 가운데 최초로 12월 21일 오후 3시59분부터 4시10분까지 제천 용두동 화재 현장 상황을 화보로 전한다”며 당시 화재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화재 당일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58분 화재 현장은 이미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 제공 =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 투데이제천단양 정재화 기자

화재 당일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58분 화재 현장은 이미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여 있다.

소방대가 도착하기 직전인 오후 3시59분 화재 현장은 불길과 화염이 난무한 상태다. 사진 제공 =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 투데이제천단양 정재화 기자

소방대가 도착하기 직전인 오후 3시59분 화재 현장은 불길과 화염이 난무한 상태다.

4시1분 LPG 탱크 주변은 화마에 휩싸여있다. 사진 제공 =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 투데이제천단양 정재화 기자

4시1분 LPG 탱크 주변은 화마에 휩싸여있다.

제천 주재기자들은 “어느 누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LPG 탱크 화재진압을 외면할 수 있었겠냐”며 “소방관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폭발을 막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현장을 보지도 못한 중앙 언론의 기자들이 소방관들을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했다. 이 사진을 보고도 소방관들의 과실과 직무유기를 물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4시6분. 사진 제공 =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 투데이제천단양 정재화 기자

4시6분. 이들은 “앞의 LPG 탱크 주변 모습과 화염과 연기로 가득 찬 1층 주차장과 2층 모습을 보면 당시 2층 유리창을 깰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판단이 설 것”이라며 “이런 모습을 보고도 소방관들을 징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변수남 합조단 단장에게 묻고싶다”고 전했다.

4시10분. 이미 연기가 2층을 뒤덮고 있으며 화염이 1층 비상구를 타고 2층 여성 사우나로 향했다. 사진 제공 =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 투데이제천단양 정재화 기자

4시10분. 이미 연기가 2층을 뒤덮고 있으며 화염이 1층 비상구를 타고 2층 여성 사우나로 향했다. 건물 뒤편까지 연기가 가득하다.

4시11분 건물 정면. 사진 제공 =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 투데이제천단양 정재화 기자

4시11분 건물 정면. 유가족이 2층 희생자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이 시각 현장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유독가스로 뒤덮여 있다.

제천 주재기자들은 “2층 희생자는 이때(4시11분)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이 사진을 보면 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유독가스 속에서 어떻게 4시10분을 넘어서 생존할 수 있었겠냐”며 “소방관을 탓하기보다는 건물 자체에 구조적인 자재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방염 처리도 안 된 자재들이 유독가스를 내뿜고, 소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값싼 건축자재들이 사용된 것은 아니었는지, 이런 것들을 경찰과 합조단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현장은 화마와 연기로 가득한 상태였다”며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4시3분이나 4분에 유리창을 깼으면 백 드래프트(화재가 발생한 공간에서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실내로 산소가 갑자기 다량 공급될 때 연소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현상)나 플래시 오버(화재의 초기 단계에서 연소물로부터의 가연성 가스가 천장 부근에 모이고 그것이 일시에 인화해서 폭발적으로 방 전체가 불꽃이 도는 것) 현상으로 인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영등포 소방서 관계자는 18일 “일반인들의 경우 ‘화재가 나면 창문을 열어서 연기를 배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연기는 뺄 수 있지만 산소는 공급된다”며 “창문을 열면 화재 확산에 부채질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천 화재 참사와는 별개로 백 드래프트나 플래시 오버 현상이 있기 때문에 화재 현장에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을 달리한다”며 “아마 제천 참사의 경우 오히려 산소 공급으로 인한 화재 확산을 우려해 창문을 깨지 못한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대책위는 “제천 주재기자들이 찍었다는 당시 화재 현장 사진은 한 부분만 부각시킨 것”이라며 “특히 4시 11분 건물 정면 사진의 경우 주차장 연기가 건물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인근에서 찍은 CCTV 영상을 보면 바람 때문에 건물 뒤편에서 옮겨 온 연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책위는 “당시 현장에 도착한 가족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에 나서지 않는 소방관들에게 항의하고 ‘우리라도 들어가서 구하겠다’고 까지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면서 “소방청 합동 조사에서도 2층 일부 유리창은 접근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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