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당근, 애플 돈보따리를 움직였다

박건형 기자 2018. 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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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큐 트럼프" 애플 컴백홈
트럼프 감세정책에 화답.. 세금 피하려 해외 보관했던 262조원 미국으로 들여오기로
40조원 세금 내고 2만명 고용, 3500억 달러 경제효과 창출
구글 등 다른 기업들도 추진

애플이 세금 회피 목적으로 해외에 보유해온 현금 2450억달러(약 262조3000억원)를 미국으로 들여오고 세금 380억달러(약 40조7000억원)를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간 제2 사옥과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통해 미국에서 2만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3500억달러(약 374조7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애플의 이런 결정에는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오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발표 이후 트위터에 '감세 정책이 애플 같은 기업들이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수 있도록 했다. 미 노동자들과 미국의 위대한 승리'라고 썼다.

◇'세율 인하' 당근에 화답한 애플 애플은 17일(현지 시각) 공식 성명을 내고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서 세금 380억달러를 내겠다"고 밝혔다. 미국 CNBC방송은 "애플이 해외 보유 현금을 가져오면서 내야 하는 세율이 15.5%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송환할 총 현금은 245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세율이 35%에 달했던 미국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현금 자산(약 2690억달러)을 쌓아놓고 있다.

애플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자국(自國) 내에 아이폰 생산 공장을 두지 않아 고용에 대한 기여가 미흡한 데다 천문학적인 현금을 해외에 유치해두면서 법인세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트 대통령의 파격적인 감세안이 시행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 감세안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것은 물론 애플 같은 기업이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오면 한시적으로 15.5%의 세율을 적용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애플은 이와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애플 제품과 고객에 대한 기술 지원을 전담할 제2 사옥을 미국 내에 건설하기로 했다. 또 현재 8만4000명인 미국 내 애플 임직원 수를 앞으로 5년간 10만4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국 내에 공장도 없는 애플이 한국의 삼성전자(9만9000여명)를 훌쩍 뛰어넘는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제조 업체와 협력 업체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미국 내 협력 업체 9000여곳에 대해 300억달러를 지원하고 애플의 서버(대형 컴퓨터)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 증설에도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향후 5년간 이런 투자를 통해 미국 내에 직·간접적으로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3500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애플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준 미국과 미국민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미국 기업들도 동참 움직임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다른 미국 기업들의 태도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시스코 등도 해외 조세회피처에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보관했던 현금을 몇 달 내에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GBH인사이츠는 “감세 정책으로 해외 보유 현금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현금은 주주 배당은 물론 인수합병(M&A), 투자, 연구·개발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1조8400억달러(약 1970조원) 가운데 70%에 이르는 1조3000억달러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현금을 자국으로 들여오더라도 투자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5년간 쓰겠다고 약속한 비용 가운데 얼마가 새로운 투자인지 추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정책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자금의 일부만 투자해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낼 것”이라며 “아쉽게도 우리 정부는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를 단행하는 미국·일본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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