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 아닌 '삼한사미' .. 겨울 미세먼지 심할 땐 80%가 중국발

강찬수.천권필 2018. 1. 1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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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인 제공자라고 인정 않고
대기 개선에 400조원 투자했지만
미세먼지 공습 없애려면 최소 20년
한·중 온실가스 감축 협력해야
18일 서울 등 전국 대부분이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였다. 기상청은 19일 전날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와 국내 대기오염물질이 더해져 중서부 및 내륙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김상선 기자]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 저감 대책이 시행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벌써 네 번째다. 미세먼지 오염은 더는 ‘비상’이 아닌 일상화돼 버렸다.

겨울철엔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오지 않는 날이면 영락없이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는다. 겨울철 한반도의 기후 특성인 ‘삼한사온’에 빗대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도 등장했다. 북풍이 부는 사흘은 춥고, 서풍이 부는 나흘은 중국발(發)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는다는 의미다. 지난 한 달 서울과 백령도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변화한 게 그 증거다.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 중 중국 오염물질 비중은 연간 전체로 30~50%이고, 겨울철 스모그가 심할 때는 80% 안팎까지 올라간다”고 말한다. 국립환경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청정지역인 제주도는 중국 오염 비중이 68.7%, 백령도는 62.3%나 된다. 2016년 초여름인 5~6월 실시된 한·미 대기오염 공동조사에서도 34%는 중국발 오염으로 분석됐다.

18일 부산광역시 등 전국 대부분이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였다. 기상청은 19일 전날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와 국내 대기오염물질이 더해져 중서부 및 내륙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송봉근 기자]
하지만 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은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표현을 부담스러워 한다. “오염물질 대부분이 중국발인 것은 맞지만 국외 오염물질이라고 표현해 달라”고 주문한다. 중국의 오염물질이 한반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중국 측과의 신경전을 의식한 탓이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미세먼지 책임을 거론하는 순간 협력이 잘 안 된다”며 “(전 지구 차원의 이슈인) 온실가스 감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협력하다 보면 결국 같은 대기오염 물질인 미세먼지도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반도 영향과는 무관하게 중국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 의학저널 ‘랜싯’의 환경보건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경우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으로 인해 연간 18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석탄 난방을 하는 중국 북부 주민은 남부보다 기대수명이 3년이나 짧다.

중국 정부도 2013년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대대적인 오염 줄이기에 나섰다. 특히 중국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은 2013~2017년 오염을 25% 줄이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환경법규 위반 업체를 적발해 무거운 벌금을 물리거나 아예 시설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징진지 지역 오염도는 2013년보다 38.2% 줄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베이징도 지난해 1~11월 평균 미세먼지(PM 2.5) 농도가 54㎍/㎥로 2015년보다 32.5% 줄었다.

18일 광주광역시 등 전국 대부분이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였다. 기상청은 19일 전날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와 국내 대기오염물질이 더해져 중서부 및 내륙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연합뉴스]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남상민 박사는 “중국 정부는 2013~2017년 대기오염 줄이기에 우리 돈 400조원을 투자했다”며 “최근엔 중국 내 지역 간에 오염 공장 이전 등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해 10월 리간제(李干杰) 중국 환경보호부장은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맞아 한 기자회견에서 “생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2035년이면 미세먼지의 전국 평균 농도도 35㎍/㎥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한반도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노력과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양국 정부는 베이징에서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환경부 김영훈 기후미래정책국장은 “지난해 8월 한·중·일 3국 환경장관 회의 때 합의한 대로 장거리 물질 이동에 관한 양국의 연구 결과를 모아 올여름 보고서로 발간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양국 과학자들이 오염 원인을 파악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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