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 사라진 한국, 겨울 온도 40년마다 급상승

김진호 기자 2018. 1. 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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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지구온난화? 국내연구팀 100여 년 간의 데이터 분석 결과
GIB 제공

삼일은 춥고 사일은 따뜻한, 이른바 ‘삼한사온’의 겨울 날씨는 옛말이 됐다. 길게는 10~14일 이상까지 추위가 이어지고 그 막바지에는 거센 한파가 닥친다. 그리고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우리를 들볶는다. 최근 몇 년간 겨울철 날씨에서 관찰되는 특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7년 12월 1일부터 1월 18일 현재까지 10일 이상 추위가 이어진 것은 2 번이다. 12월 4일부터 22일, 올해 1월 1일부터 13일 등이다. 모두 영하 12℃(이하 도)에서 영하 2도 사이의 추운 날씨가 지속됐고 막바지엔 영하 10~13도의 강추위가 찾아왔다.

기존 날씨 패턴이 바뀐 것이 학계에서 주장하듯 지구온난화의 영향일까? 그렇다면 한국에서 지구 온난화는 어떻게 진행 중인 걸까?

기후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온도가 시간에 비례해 서서히 오르는 선형 그래프 모양을 보일 것이라고 가정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계절이나 지역별로 온도 변화 양상이 판이하게 다름을 확인했다. 특히 겨울과 여름에 계단식으로 온도가 급상승한 경우가 관찰됐다. 이로 인해 기존 날씨가 변화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 겨울과 여름, 30~40년마다 온도 수직 점프해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기후물리실험실 교수는 16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계절별로 서로 다른 온도 상승 경향을 띠는 것을 확인했다”며 “관련 사실을 다룬 논문을 학회에 제출해 현재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기존의 날씨 패턴를 바꿨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12개의 기상관측소 위치 - 서울대 제공

최근 허 교수팀은 서울과 인천, 전주, 부산, 목포, 추풍령, 강릉, 여수 등 12개 지역 관측소의 온도 측정 자료를 분석해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실질적 증거를 찾아냈다. 여기에 포함된 관측소들은 일제 때인 1910년경 혹은 한국전쟁 후인 1950년대부터 운영돼 온 곳들로, 최소 60년~1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국내 온도를 측정해 온 곳이다. 

연구팀은 각각의 측정소 위치에서 나온 한 계절 동안의 최저온도와 최고온도를 이은 선을 하나의 지표로 각 측정소별 모든 자료를 이었다. 그 결과 겨울철 평균 온도는 추풍령을 제외한 11개 측정소에서 1940년대와 1980년대 두 번에 걸쳐 0.3도~1도 가량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겨울철 평균 온도가 30~40년에 한 번씩 계단식으로 점프하듯 급상승한 것이다.

여름철의 경우에도 꾸준한 기온 상승 현상이 관찰됐다. 인천에서는 1927년과 1994년 두 번에 걸쳐 계단식 온도 상승이 확인됐다. 그 밖에 서울과 포항, 대구, 전주, 울산 그리고 부산 등은 1번의 온도상승을 기록했다. 나머지 5개 측정소는 여름에 온도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허 교수는 “지역과 계절별로 온도 변화 양상이 천차만별”이라며 “그럼에도 큰 경향성을 보자면, 지난 100년간 한국의 겨울철 온도상승 폭이 여름보다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0년대 후반과 80년대 후반 (40년의 간격을 두고) 평균 온도가 급상승한 추세가 재현된다면, 특히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 2020년 중후반에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온도는 한 번 올라버리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빨강)과 겨울철(파랑)은 온도가 급상승하는 계단형 그래프가, 봄(초록)과 가을(갈색)철에는 온도가 서서히 증가하는 선형 그래프가 관측됐다. - 서울대 제공

● 봄ㆍ가을은 원래 가설대로 서서히 증가...두 계절간 온도 격차는 줄어

반면 봄과 가을 온도는 시간에 비례해 온도가 높아지는 선형 그래프를 그리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계절별 하루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그 결과 최근 50년간 봄에는 0.7~1.8도 가량 온도가 서서히 올랐으며, 가을에는 0.1~1.4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봄과 가을 사이 온도 차이가 줄어든다는 현상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가을이 봄보다 2도~5도 가량 온도가 높았는데, 그 차이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계절별 온도 변화에 대해 연구팀은 여름과 겨울은 일정 온도 변화에 의해 에너지를 가두고 있다가 임계치가 넘어서면서 평균 온도가 단번에 점프하듯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봄과 가을은 계절이 바뀌는 사이에서 온도가 절충되며 서서히 올라갔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오는 시기와 끝나는 시기가 전체적으로 뒤로 밀리면서 봄에 해당하는 3~5월, 가을의 해당하는 9~11월의 날씨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 온난화 진행돼도, 한파나 폭염은 여전히 찾아온다

한편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철 극심한 한파는 세력이 약해지고, 여름철 폭염은 다소 심해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각 연도별 겨울철 날씨 중 '가장 추운 날 10%'(cold extreme)를 추렸고, 마찬가지로 여름철 날씨 중 '가장 더운 날 10%'를 뽑아 앞선 방법처럼 평균 온도를 그래프화 시켰다. 그 결과 겨울철 가장 추운 날의 평균 온도는 1~3도 가량 높아졌으며, 추풍령을 제외한 더운 날의 평균온도도 0.5~0.7도가량 상승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최근 몇 년 만의 한파를 겪은 사람들의 체감과는 다른 결과다. 허 교수는 “온도 변화는 한파나 폭염을 포함해 평균 값을 구하는 것으로 전반적 기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추운 날은 여전히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한대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극지방에 형성된 찬 바람이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지 못 하게 막는 방벽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최근 미국에 기록적 한파가 찾아온 것이 한 예다.  

허 교수는 “지구 에너지 순환의 관점에서 한파나 폭염도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후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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