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5대 쟁점.. ①일자리 줄어드나
① 일자리 줄어드나
② 한계기업 어떻게
③ 물가도 오르나
④ 일자리자금 외면 왜
⑤ 1만원 달성 여부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여부, 한계기업 정리, 물가 상승 압박,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저조, 2020년 1만원 달성 목표 수정 등 5가지 쟁점으로 나눠 살펴봤다.
최저임금 인상돼 일자리 줄어드나
가장 첨예한 쟁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느냐다. 일각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느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직원을 해고하거나 더 뽑지 않아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고용 위기는 부풀려졌고 중장기적으로 소득 증대 효과로 경제가 성장해 결국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시각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학계의 연구 결과도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시간’ 변수를 고려하면 모두 타당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용 충격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격이 흡수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2018년 고용이 0.01%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최저임금 증가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로 올해 취업자 수가 0.01% 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궁극적으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최저임금 충격이 5∼6개월 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폭이 2001년 이후 최대치인 16.4%로, 그 어느 때보다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7일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된다고 고용이 바로 줄어들지 않지만 경제 성장률이 3% 정도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2년 치 이상을 한꺼번에 올리면 일자리는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충격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경쟁력 없는 한계기업 정리돼야 하나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는 직원을 더 이상 뽑지 않겠다는 소규모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에서 문구 제조업을 하는 박모 사장은 올해 직원 채용을 포기했다.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기준인 ‘30인 미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당장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상으론 숫자 0.01%의 일부에 해당되겠지만 본인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측은 당장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한국 노동시장의 모순된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저임금을 경쟁력으로 겨우 버티는 현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자영업자는 가만히 놔둬도 자기들끼리 과잉 경쟁 때문에 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선 취업난이 벌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부 한계기업이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그렇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경쟁력 부족을 이유로 무작정 퇴출시키기에는 우리 사회 안전망이 취약하다.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퇴출되면 고용 안전망에서 바로 벗어나게 된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소상공인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사회복지 분야에선 사업을 그만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재교육시키거나 재기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오르면 물가도 오르나
인건비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회 제출 자료에서 “고용주들이 인건비 부담에 대해 가격인상 등으로 대응할 경우 물가상승이 우려된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도 올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 이상으로 물건 값을 올리는 업체는 단속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국민 모두가 감내해야 한다.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선 더 비싼 음식값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3조원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저조한 이유는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이 충격을 불러올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마련했다. 이 자금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은 산업 현장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원을 받기 위한 필수요건인 고용보험 가입을 고용주뿐 아니라 근로자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과장은 “신청 절차도 복잡해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일단 정부 지원 없이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부천의 중소기업 대표 전모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오르면 여러 수당도 비례해 오른다”며 “정부는 기본급만 고려해 1인당 지원금을 월 13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실제 인건비 부담은 월 40만원 가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3조원 일자리 안정자금은 애초부터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다. 성 교수는 “재정으로 임금 보전을 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업계가 자발적으로 상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배 원장은 “가맹점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 닫을 상황에 놓이면 가맹본부에서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반드시 달성해야 하나
문재인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이 막 나타나고 있는 현재로서는 이를 꼭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배 원장은 “올해 인상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속도 조절의 필요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아예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이 견딜 수 있는 속도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와 같은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 수석연구위원은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현장 목소리를 들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권기석 오주환 기자 key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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