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때부터 21년 '환상의 짝꿍'

성진혁 기자 2018. 1.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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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선수] 캐나다 아이스댄스 버추·모이어
2010년 안방 밴쿠버올림픽서 非유럽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
21년간 파트너 한번도 안 바꿔
평창선 자국 선수단 공동기수로
"사귄 적 없어요, 그냥 친구일 뿐.. 이번에 金 따고 은퇴할 거예요"

테사 버추(29)―스콧 모이어(31)는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의 아이스댄스 팀으로 꼽힌다. 2010년 안방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걸었다. 1976 인스브루크 대회 때 아이스댄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비유럽 국가 선수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21세(버추), 23세(모이어)였던 둘은 올림픽 아이스댄스 데뷔 무대에서 최초로 우승하면서 이 종목 최연소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영화 '물랑루즈' 음악에 맞춰… 고난도 리프트 연기 - 테사 버추(위)와 스콧 모이어가 지난달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파이널(일본 나고야) 프리댄스 경기에서 리프트 연기를 선보이는 모습. 둘은 영화‘물랑루즈’에 나오는 노래 '록산느의 탱고' 등을 배경음악으로 삼았다. /티이미지코리아

버추와 모이어는 21년간 한 번도 파트너를 바꾸지 않고 함께 은반을 수놓고 있다. 아이스댄스 종목에서 이처럼 오래 호흡을 맞추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둘은 어린 시절 캐나다 중남부에 있는 온타리오주 일더튼 지역의 아이스링크장을 다니면서 서로 알게 됐다고 한다. 이곳 피겨 스케이팅 코치였던 모이어의 이모가 한동안 둘을 눈여겨본 다음 파트너로 묶었다. 2남2녀의 막내였던 버추는 3세 때부터 발레와 현대무용, 체조 등을 배웠다. 3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모이어는 대부분의 캐나다 소년들처럼 아이스하키에 빠져 있었다. 피겨를 배운 이유는 아이스하키에 필요한 스케이팅 기술을 다듬고 싶어서였다.

따로 피겨를 했던 버추와 모이어의 운명은 1997년 아이스댄스 커플로 만나면서 바뀌었다. 초기엔 나이가 어린 버추가 모이어를 리드했다. 남자 선수의 스텝 동작을 외워 모이어가 실수를 하면 바로잡아줬다. 모이어도 경쟁심이 강한 버추에게 자극받아 기량을 익혀나갔다.

둘은 20년 넘게 호흡을 맞추면서도 연인 관계로 발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모이어는 꼬마 시절 버추와 데이트를 했다가 또래 사내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버추에게 전화를 걸어 "너와는 그만 만나겠어"라고 통보한 적이 있었다. 충동적이고 유치한 행동이었지만 작은 '결별 소동'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이자 경기 파트너로 신뢰를 쌓아갔다.

테사 버추(작은 사진 오른쪽)와 스콧 모이어의 어린 시절. 20년 넘게 아이스댄스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둘은 평창올림픽 캐나다 선수단 기수로 뽑혔다(오른쪽 사진). /테사 버추 인스타그램 캐나다올림픽위원회

버추와 모이어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위를 하고 한동안 빙판을 떠났다가 2016년 초 복귀 선언을 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정상에 선 다음 은퇴하기 위해서였다. 2016~2017시즌에 출전한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선수권, 세계선수권 1위를 휩쓸었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그랑프리 시리즈 2개 대회 1위를 했지만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프랑스의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23)-기욤 시제롱(24) 조에 3점가량 뒤지며 2위로 밀렸다. 두 팀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같은 링크에서 훈련하며 경쟁하고 있다.

버추와 모이어는 올림픽을 대비해 영화 '물랑루즈'의 배경음악을 주제로 삼은 프리댄스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 부분에 모이어가 버추를 들어 돌리는 리프트 동작을 좀 더 화려하게 수정해 극적인 느낌을 살렸다.

둘은 최근 열린 캐나다선수권에서 새 연기를 선보였다. 안무·해석·구성 등을 따지는 프로그램 구성 점수 5개 요소에서 모두 10점 만점을 받았다. 리프트·스텝·스핀 등 기술 요소 기본 점수에 붙는 가산점(수행 점수) 역시 해당 과제의 최고치를 따냈다. 쇼트댄스와 프리댄스 합계 209.82점. 캐나다선수권 8연패(連覇)의 순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팬들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식 대회를 끝낸 두 국민 스타에게 다시 한 번 기립박수를 보냈다.

버추와 모이어는 다음 달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캐나다 선수단 기수(旗手)로 17일(한국 시각) 선정됐다. 선수 두 명이 캐나다의 올림픽 기수를 맡게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겨 선수로는 역대 여섯 번째이다.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대표 차준환을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1988년 자국 캘거리 대회 개막식 때 캐나다 국기를 들고 선수단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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