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週 52시간 근무에 돌입했다

성호철 기자 2018. 1.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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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팀원이 야근하면 팀장이 깨진다]
"스마트폰 개발은 6개월 밤샘해야하는데" 직원들 불만
7월 시행 근로시간 단축 미리 도입
팀원들이 週 52시간 넘게 근무하면 간부 리더십 평가에 불이익 추진
9만 9000여명 전직원 대상 실시
일요일 야근, 월요일 오전만 근무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올해 1월부터 주당(週當)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현재 법정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감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이 되면 대기업은 7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국내 직원 수만 9만9000여명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시행에 앞서 52시간 근무 체제를 실험 도입한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7일 "근로시간 단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달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면서 "이와 관련한 근태(勤怠) 관리 방침을 전 직원에게 공지하고 새로운 근태 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근로시간 단축을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 이행 여부를 간부 사원들의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관리 부서에서는 주말이나 일요일 출근한 직원들은 다음 월요일엔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도록 근무 체계를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주당 52시간 근무 전격 시행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본사 근태 입력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전 직원들에게 '앞으로 비(非)업무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을 함께 공지했다. 팀장과 파트장에게는 '팀원들이 52시간 이상을 근무할 경우 팀장의 리더십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15일 전달한 '비업무 시간 공지'는 '앞으로 모든 근로시간은 출입 기록으로 분(分) 단위까지 정확하게 기록하겠다'는 게 골자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실제 일한 시간을 명확하게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사내 헬스장이나 사내 식당을 이용할 경우 사원 출입증 기록 확인을 통해 근무시간에서 자동 제외하고, 사원증 기록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직원 스스로가 근태 입력을 통해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식이다. 예컨대 사내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점심을 가져가면 10분, 식당에서 먹으면 30분을 제외하는 식이다. 사외에서 점심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 모두 출입 기록에 따라 분 단위로 근무시간에서 제외한다. 작년까지는 사외에서 점심을 먹으면 귀사 시간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1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했다.

삼성전자 수원 본사의 한 직원은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야근과 주말 근무를 조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료와 수다를 떤 시간까지 스스로 근태 시스템에 들어가 업무 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해야 할 때도 못하나"…불만의 목소리도

삼성 안팎에서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방침에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이지만 내부에서는 근무시간 규정이 지나치게 경직되어서는 신제품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갤럭시S 등 전략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핵심 인재들이 6개월간 거의 밤샘 근무하다시피 달라붙어야 하고, 계절 제품인 에어컨은 비수기 때는 공장이 부분 조업하지만 성수기에는 24시간 가동해도 물량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15일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비공개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해달라"고 건의했다. 회사가 노조와 합의할 경우 1년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것을 전제로 특정 기간에는 최대 64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리급 직원은 "팀원이 52시간 초과 근무하면 팀장이나 파트장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눈치 보여 야근도 마음대로 못한다"며 "갑자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야근 저축'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직원들에게는 근로시간 제한이 없다"면서 "좋은 취지의 노동 정책이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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