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22]미국 대표팀의 특별한 '부전공'
[경향신문] ㆍ“모터사이클, 스키와 통하는 부분 있어요”
ㆍ패들보드·요가·산악자전거 등 선수들 상당수 다른 종목 즐겨
ㆍ스트레스 해소에 훈련 효과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여자 알파인스키 선수 재키 와일즈는 요즘 모터사이클에 푹 빠져 있다. 훈련할 시간도 모자랄 판에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훈련의 효과를 누리기 위한 방편이다.
미국 올림픽 대표팀 공식 블로그는 17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 선수들 중 다수가 자신의 종목 외의 다른 스포츠를 통해 또 다른 발전을 노린다고 전했다. 와일즈가 모터사이클을 하는 이유는 집중력과 순발력 향상을 위해서다. 오토바이를 타고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모터사이클은 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스키와 똑같다. 와일즈는 “매순간 집중을 해야 한다. 주변의 장애물을 빠르게 파악해야 하고 또 재빠르게 피해야 한다. 스키와 관련된 것이 아주 많다”고 설명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머라이어 벨은 바다에서 패들보드를 즐긴다. 좁은 보드에 서서 노 하나에 의지해 파도치는 바다를 누비는 패들보드는 균형 감각을 단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벨은 “1주일에 한 번은 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 브레나 허커비도 균형 감각을 기르기 위해 기계체조를 즐겨한다. 이 밖에 아자 에반스(여자 봅슬레이)는 요가, 로렌 로스(여자 알파인스키)는 산악자전거를 좋아한다.
지난해 9월 열린 미국 대표팀의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5명의 선수가 다른 스포츠를 통해 훈련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복적인 훈련만 해왔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선수들이 더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큰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 대부분이 ‘즐기는 훈련’을 택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소속 스포츠 생리학자인 브랜든 시켈은 “우리는 선수들이 자신의 종목이 아닌 다른 스포츠를 취미로 삼기를 권장하고 있다”며 “단순한 운동과 훈련에 시간을 쓰기보다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가능한 한 젊어질 수 있도록 몰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지루한 훈련을 떠나 취미 생활로 하는 스포츠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와일즈는 “오토바이를 탈 때마다 스스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키는 최대 시속이 80마일(약 129㎞) 정도 되는데, 스키를 타기 힘든 여름에는 이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성 장애로 인한 지속적인 고관절 문제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뒤 크게 좋아졌다는 와일즈의 동료 줄리아 만쿠소는 “잔근육이 발달되는 것을 느끼는 게 굉장히 기분이 좋다. 관절도 훨씬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불안하다. 취미라고 하지만 주 종목이 아닌 스포츠를 하다가 더 큰 부상을 당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남자 스키점프 선수 케빈 비크너는 “나는 비시즌마다 파크시티에서 활강 스키를 탄다. 부모님이 내가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난 짜릿함과 뭔가에 미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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