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태우 "단일팀 구성 전력약화 초래해선 안 된다" 지침.. 89년 협상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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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9년 남북 체육회담을 앞두고 "단일팀 선수 선발전은 공개적으로 실시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선수들의 전력 약화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은 "단일팀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 우리가 개별팀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됨"이라며 "단일팀 구성이 성사되든 안 되든 어떤 경우에도 우리 선수들의 전력 약화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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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개최 앞두고
선수 선발전 공개적 실시 등 주문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旗 첫 등장
64년 도쿄올림픽 앞두고 단일팀 깃발
IOC 중재로 논의… 줄다리기 끝에 무산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9년 남북 체육회담을 앞두고 “단일팀 선수 선발전은 공개적으로 실시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선수들의 전력 약화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을 논의할 때 공정한 선수 선발과 경기력 유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권이 아닌 선수들은 북한과의 출전권 공유를 피해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현 정부의 인식과 비교된다.
17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이 같은 노 전 대통령의 지침은 89년 1월 17일 작성된 ‘남북 체육회담에 관한 대통령 각하 지침’에서 나타난다. 해당 문서는 90년 생산된 국토통일부(현 통일부) 남북대화사무국의 체육회담 보고서 말미에 ‘秘’(비)자 표기와 함께 편철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개별팀으로 나간다면 단일팀보다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될 것이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이 충족되면 단일팀으로 나가도록 한다”고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선수 수가 많은 쪽이 선수단장을 맡는다” “교류 확대에 기여하도록 한다” “선수 선발전은 공개적으로 실시한다” “적정 인원 참관단의 참가를 보장한다”는 4가지 조건을 제시토록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단일팀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 우리가 개별팀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됨”이라며 “단일팀 구성이 성사되든 안 되든 어떤 경우에도 우리 선수들의 전력 약화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올림픽위원회 등은 회담에서 남북 화합을 중시하면서도 아시안게임 무대가 선수들에게 큰 의미임을 대전제로 삼았다. 북한이 8차 회담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유일팀’으로 출전한다는 데 합의하고 내외에 선포할 것”을 제안하자 우리 측은 회담 결렬을 무릅쓰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이 돌연 불참하면 우리 선수들까지 꼼짝없이 국제대회 무대에 못 나간다는 우려였다.
당시 남북은 “흰색 바탕에 하늘색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넣는 것으로 한다”며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단일팀 선수단이 들 단기의 형태를 합의했다. 한반도기의 태동이다. 64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참가를 의논한 63년의 스위스 로잔 회담에서도 남북은 단일팀 깃발을 논의했지만 현재의 한반도기 형태는 아니었다. 당시 ‘북괴(北傀) 제1안’은 한쪽 면에 태극기, 다른 면에 인공기를 그리는 방식이었는데 우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태극과 별 문양을 위쪽 양 가장자리에 두고 오륜마크를 한가운데에 그리는 형태를 제시했다. 우리 측은 역시 반대했지만 북한은 ‘별에 원을 삽입한다는 조건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고됐다.
북한은 중앙에 한반도 지도를 그리고 그 위에 오륜 마크를 덧씌운 제2안을 제안했다. 이에 IOC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우리 측은 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우리 측의 입장은 “태극기를 주장”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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