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강남 집값', 시장 '과열' vs 靑 '괜찮다'

남승모 기자 2018. 1. 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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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정부, 청와대에서 일제히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남 집값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평균 2천173만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전용 3.3㎡당 아파트값이 무려 4천194만 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강남 지역인 서초구가 3천763만 원, 송파구 3천028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 '폭등'·'품귀'…시장은 비명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서울시가 지난 9월 초 '50층 재건축'을 허용하기 전까지 전용면적 76㎡가 15억 원 안팎에 그쳤지만 최근 18억 5천만 원짜리 매물이 팔린 뒤 호가가 19억 원으로 뛰었습니다. 불과 넉 달 만에 4억 원이 뛴 겁니다. 이 아파트 전용 82㎡의 호가는 현재 19억 7천만 원에서 20억 원으로 '2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곳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는 '예전에는 거래가 성사되면 1천만 원씩 가격이 뛰었는데 요즘은 매물이 귀해서 하나만 팔려도 5천만 원씩 호가가 뛴다. 올해 3월 말 건축심의가 떨어지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걱정에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 매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요즘 매물이 한 건 나오면 중개업소 간 '입금 올림픽'이 벌어진다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중개업소마다 보유한 매수 대기자들에게 매물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1분이라도 빨리 집주인의 계좌에 계약금을 먼저 '쏘는' 경쟁을 치르고 있다는 겁니다.

대치동 중개업소에서도 '매물이 하나 나오면 서너 시간 안에 계약이 끝나버린다. 8·2 대책 이후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도 10억 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한데 다들 현금 들고 대기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고 하니 적어도 시장에서는 강남 집값 과열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립니다.

● 靑 "강남 과열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강남 집값이 오르고 있다지만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와 비교하면 과열로 볼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또 강남의 경우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라도 자기 돈으로 집을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 딱히 정책 수단도 먹히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특히 언론에서 부동산에 대해 강남이 어쩌고저쩌고 이야기하지만,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상당히 '안정'돼 있다고 말합니다. 세계 추세와 비교할 때 한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오히려 낮다는 겁니다. 즉 전체 부동산 시장은 안정돼 있고 강남에 한해 비정상적인 거래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청와대도 강남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공급책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무슨 땅이 있어 갑자기 공급을 늘리겠느냐'는 반응입니다. 재건축 완화에 대해서도 '이미 상당 지역에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건폐율이나 용적률 올리는 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따져봐야 할 게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현 상황을 과열이라고 볼 건 아니라면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어 보였습니다. 강남 집값이 당장 문제라고 보지는 않지만 지속될 경우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핀셋 대책'입니다. 강남 집값만 겨냥한 맞춤형 대책인 겁니다.

● 보유세 인상 '솔솔'

당·정·청 할 것 없이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거론되는 게 보유세 인상입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그런 입장을 처음 밝혔습니다. 다만 기존의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의 경우 과열이 아닌 다른 지역에까지 여파를 미칠 수 있다며 강남4구 같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방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역시나 '핀셋 대책'입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런 핀셋 대책으로 새로운 보유세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은 아니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다음 이사철 임계치를 넘어선다고 판단되면 보유세 카드를 빼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제 개편안은 곧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에서 담당할 걸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설사 보유세를 인상하게 된다 해도 이는 부동산 대책의 차원이 아니라 소득 형평성 제고와 전반적인 세제 개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인 건 청와대가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바로 그 보유세 인상이 결과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점입니다.

현재 강남 집값 상황을 과열로 봐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 걸로 봐야 하는지 각자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강남 집값의 상승세가 서민들의 박탈감을 부채질 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보유세 인상 혹은 개편 논의가 '부동산 대책 차원이냐', '전반적 세제 개편 차원이냐' 하는 '갑론을박'이 한가하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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