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세먼지 이틀에 100억.. 이렇게 써도 되나

백승현/박상용 입력 2018.01.17. 17:37 수정 2018.01.18.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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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8일도 대중교통비 무료
"1% 줄이자고 하루 50억 썼나.. 공기청정기·마스크 나눠주지"
서울시 "대중교통 무료 계속할 것"
서울시, 프랑스 파리 벤치마킹.. "차량 2부제 위한 마중물"

[ 백승현/박상용 기자 ]

서울시가 지난 15일에 이어 17일 발령한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대 버스·지하철 요금을 대신 내주는 데 든 비용은 하루에 약 50억원이다. 18일에도 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사흘 만에 150억원의 세금이 쓰이는 셈이다. 

대중교통 요금 면제에 벌써 100억원의 세금을 투입했지만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1%에도 못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 원인은 중국 등 해외 영향이 약 55%로, 서울 자체 영향은 22%에 그친다. 이 22% 중 자동차 및 건설기계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차라리 다른 용도에 썼으면 더 큰 미세먼지 감축과 경제적 효과를 얻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00억원이면 미세먼지 마스크(KF94, 개당 약 2000원)를 500만 개 구입해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 나눠주거나 각 학교·유치원에 20만원 상당의 보급형 공기청정기 5만 대를 지원할 수 있다. 서울시가 이미 시행 중인 노후 경유차량의 매연저감장치 보조금 정책도 확대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자동차 배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866억원을 투입했다. 100억원이면 노후 레저용차량·승합차 약 3050대에 매연저감장치(대당 약 326만원 지원)를 달아줄 수 있다.

이런 대안은 생산과 소비를 자극하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나 마스크 등을 보급했다면 산업활성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도로교통량 변화는 미미한 점도 정책 실효성에 ‘물음표’를 달게 되는 배경이다. 이날 출근시간대(첫차~오전 9시) 서울의 도로교통량은 2주 전 같은 시간보다 1.7% 감소하는 데 그쳤다. 두 번째 시행으로 충분히 공지됐음에도 첫날인 15일(-1.8%)보다 오히려 효과가 줄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경기도와 인천시가 협력하지 않은 상태이고,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고 자평했다.

시행 초반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대중교통 무료’는 시작부터 시민여론을 중시한 정책이다. 지난해 5월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가 출발이었다. 원탁 250개에 10명씩 둘러앉은 시민 3000여 명이 참가한 행사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은 이 자리에서 “미세먼지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으로 예보되면 출퇴근 시간 지하철·버스 요금을 면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무료가 이 토론회의 주요 내용은 아니었다. 토론회에 앞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도 서울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중국 주요 도시들과의 도시외교 노력 강화’(28%)가 1위로 꼽혔다. 2위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다른 자치단체와의 협력 확대’(22%), 3위는 ‘노후 경유 차량에 대한 저공해조치 및 운행제한 강화’(18%)였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차량 2부제’를 시행하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강조한다. 당시 토론회에서 나온 “미세먼지가 심하면 교통량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시장실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안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 강제 차량 2부제를 시행하려면 법개정이 필요한데 그 돌파구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한 것은 프랑스 파리가 먼저다. 파리는 2014년부터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했다가 차량 의무 2부제 시행 등 대체 정책을 마련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해 비판여론이 많아 내부에서도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며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는 기조 아래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백승현/박상용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