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강남 집값 잡을 카드 아니다"

전형진 입력 2018. 1. 17. 17:23 수정 2018. 1. 1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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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은행 세무팀장 긴급 좌담
세금 부담 상한제.. 1.5배만 올라
세입자에 전가 가능성도 높아
양도세 중과로 '퇴로' 없어 보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하면 1주택자 세부담 더 크게 늘어

[ 전형진 기자 ]

/한경DB


“보유세를 인상해도 서울 강남 집값 잡기는 어려울 겁니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보유세 인상 논의와 관련해 세무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억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보유세 인상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마련한 긴급 좌담회에서 김근호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시세 상승의 매력이 보유세 부담보다 큰 데다 늘어나는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파트값 억제 효과 한계”

우병탁 팀장은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상승하더라도 보유세 특성상 재산가액 대비 비중은 여전히 작다”며 “세금 부담분보다 시세 상승분이 더 크다면 투자자는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유세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 등은 세부담 상한선이 있어 전년도에 냈던 세금의 최대 1.5배만 더 내면 되는 데다 증가한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김근호 센터장은 “보유세 인상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해진다면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오히려 집값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강남은 재건축 재료뿐 아니라 교육 등 다른 요인이 맞물려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종훈 팀장은 “종부세를 강화하는 등 역대 가장 강력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의 ‘8·31 부동산 대책’으로도 강남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며 “보유세 강화로 집값 안정화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시점보다는 다소 늦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유세 올리려면 양도세 낮춰야”

보유세를 올린다면 거래세는 낮춰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 센터장은 “취득세를 낮춰 집을 사게 하더니 보유세를 올린다며 다시 집을 팔도록 하고 있다”며 “그런데 양도세 중과로 퇴로가 막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 팀장도 “양도소득세 중과로 사실상 퇴로가 막힌 다주택자들이 매도보단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세무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징벌적 접근’도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종부세는 부자들을 겨냥한 징벌적 세금이란 성격이 있는 데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원 팀장은 “보유세의 ‘부유세’적 측면 때문에 성장과 분배의 논리에 따라 정권마다 다툼이 있었다”며 “과거 부부합산과세를 피하기 위한 이혼이 증가한 것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합리적이지 못한 의사결정으로 유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상담하다 보면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고 성토하는 자산가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과열을 식혀야 하는 정부의 다급한 입장은 이해되지만 정책에 반감을 갖도록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상적인 세금을 일반 근로자보다 많이 내고 있지만 적폐세력에 과태료를 물듯 몰아가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임대소득 과세 현실화가 더 중요”

세무 전문가들은 보유세는 집값 하나만을 겨냥하기보단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절히 유도하면서 임대소득과세 현실화와 연계될 때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 팀장은 “보유세 카드를 통해 다주택자를 임대등록으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서울은 주택 기준시가가 6억원 미만일 때만 양도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거꾸로 말하자면 강남 등에서 임대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이들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현실화하면 보유세보다 집값 안정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 센터장은 “임차인의 세액공제 범위나 혜택을 늘려 주택구매 수요를 떨어뜨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집값 안정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월세세액공제는 집주인의 소득을 노출시키는 ‘선의의 감시자’인 만큼 총 급여액 7000만원 이상 근로자도 비교적 낮은 한도율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 과정에서 다주택자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원 팀장은 “그동안 임대차시장은 불법주정차가 횡행하는 한적한 시골길과 같았다”며 “정부가 단속을 늘리는 동시에 유료 주차장의 가격을 낮춰주고 있는 만큼 합법 주차를 하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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