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대 수주 앞두고 100여석 인선 하세월.. '空空'기관 되나

강광우 기자 2018. 1. 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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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공백에 .. 해외수주 물거품될판]
기관장 줄사표 .. 구심점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전문성 없는 '캠코더'인사로 채워지나 우려
"정권 교체돼도 임기 보장방안 나와야" 지적도

[서울경제] 지난 8일 미야가와 마키오 주말레이시아 일본대사는 현지 언론인 베르나마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 수주전에 불을 댕겼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동남아시아의 첫 국가 간 고속철도인 말싱 고속철 사업 수주를 위해 관련 기술의 전적인 이전과 대규모 금융지원을 약속하고 강조했다. 미야가와 대사는 인터뷰에서 “일본은 아울러 고속철 도입에 따른 두 나라의 재정 부담을 가능한 한 줄일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금융 패키지를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신칸센으로 유명한 일본은 물론 중국과 프랑스, 그리고 한국이 수년 전부터 물밑경쟁을 벌여왔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정권이 바뀌고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기관장들이 밀려나자 함께 참여했던 업체들까지 컨소시엄에서 이탈하고 있다. KT(통신)와 삼표E&C(궤도), LS산전(신호)은 아예 한국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 이들을 포함해 기존에 참여 의사를 밝혔던 10개 업체 중 한국컨소시엄 참여를 확정한 업체는 현재 현대로템(철도 차량)뿐이다. 효성·현대일렉(전기), 대아티아이(신호)도 ‘참여를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2015년 10월 말싱 고속철 사업 전체를 수주하겠다며 정부 주도로 50개 업체가 열성적으로 나설 때와는 상황이 180도 뒤집힌 것이다. 철도시설공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컨소시엄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새로운 기관장이 오지 않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처음 사업단을 구성할 때처럼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번 수주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입찰 요건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 민간의 몫”이라며 “기업별로 실익을 따져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나름대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장 공백으로 각종 사업 추진에 타격을 받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전력KPS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유지보수 계약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원전 공기업은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운영 및 운영지원 계약까지 끝마친 상황. 문제는 8일 준공을 코앞에 두고 정의헌 한전KPS 사장이 돌연 사표를 내면서 계약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4기 전체에 대한 유지·보수 계약이 체결되면 향후 60년간 약 4조원 안팎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입맛만 다시게 될 공산이 커졌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 있던 정승 사장이 지난해 말 물러나면서 분위기가 침체됐다. 농어촌 현장을 누비며 가뭄과 지진 대비 등을 꼼꼼히 해왔던 터라 직원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공기업 수장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장들까지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는 분위기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감정원이 10개월 넘게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사장 공모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공항공사 등도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 중에는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5곳(동서·남동·남부·중부·서부)을 포함해 한국가스기술공사·한전KDN·한국전력기술 등도 공공기관장 공모에 나섰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과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도 줄줄이 사의를 표하며 주요 경제연구기관장도 공석이 됐다.

우려되는 점은 비어 있는 100여석의 공공기관장 자리가 전문성 없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들로 상당수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선임된 한국가스안전공사 신임 사장은 가스안전 분야와 관련이 없는 정치인 출신 김형근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관이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에는 이강래 전 의원이 임명됐다. 상황이 이렇자 17일 임기 만료된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후임으로 문재인 캠프 출신의 이상직 전 의원 본인이 하마평을 퍼뜨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예상대로 공공기관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정권이 교체돼도 여건에 맞춰 임기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김상훈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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