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 목소리

신찬옥 2018. 1. 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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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족 '불법' 무릅쓰고 의료형 대마오일 해외직구
난치성 뇌전증·뇌종양에 효과..치료제 없는 질환 통증 완화
의료용 대마 합법화 법안 발의..의료계 "대마 도입 시기상조"
연예인 환각제 낙인도 극복해야
난치성 뇌전증(간질)을 앓는 7살 자녀를 둔 의사 김 모씨는 얼마전 '마약 밀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발작을 하는 아이를 보다 못해 뇌전증에 효과가 있다는 'CBD 오일(대마 오일·헴프 오일)'을 주문한 것이 세관에 적발돼서다. 수술, 식이요법, 약물치료에도 차도가 없던 아이는 대마 오일을 복용하면서 주치의가 놀랄 정도로 호전됐다. 김씨는 "우리 아이는 희귀한 뇌전증이라 약이 잘 듣지 않는데 대마 오일 덕분에 눈에 띄게 안정됐다"며 "우리 부부가 둘 다 의사인데 아이가 꼭 먹어야 하는데 대마가 '마약'으로 분류돼 불법화돼 있어 매일매일 속이 타들어간다"며 하소연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시한부 뇌종양 환자인 4살 아들의 통증 완화를 위해 국외 직구로 대마 오일을 구입한 어머니가 구속된 후 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기도 했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마 오일을 반입한 혐의로 38건이 적발됐다. 이 때문에 대마 관련 치료제로 효과를 봤음에도 규제에 막혀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 가족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해달라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발의안에서 "현행법은 아편, 모르핀, 코데인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는 의료 목적 사용을 허용하면서 대마만 예외로 하고 있다"며 "대마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대마 합법화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가 출범돼 의료용 대마 효용성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강성석 목사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보다 못해 시민단체를 설립하게 됐다"며 "이들에게 의료용 대마는 마지막 희망이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이 죽을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는 단 하루라도 통증 없이 살고 싶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통증 완화를 위해 일반적으로 환각제로 알려진 대마를 가지고 만드는 치료제는 오일과 패치, 스프레이, 캔디 등 다양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치료용 대마는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대마 오일에 대한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우선 대마 오일에 대한 규제부터 풀어달라는 요구가 많다.

대마 오일의 주성분은 환각 효과가 없는 칸나비디올(CBD)이다. 미국·캐나다·독일 등에서 뇌전증, 자폐증, 치매 등 뇌와 신경질환 치료·통증 완화에 효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BD는 60종이 넘는 대마 화학물질 중 칸나비노이드에 속한다. 칸나비노이드는 우리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달리기를 할 때 어느 정도 육체적으로 힘든 국면을 지나면 오히려 기분이 더 상쾌해지는 상태가 되는 '러너스 하이' 때 방출되는 통증억제 호르몬과 연관이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캐나다와 이스라엘, 중국은 물론 미국 전체 주의 절반 이상이 의료용 대마를 이미 합법화한 상태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레저용 대마초 판매도 허용한 상태다. 미국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의료용 대마시장이 2025년까지 558억달러(약 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는 아예 세계 의료용 대마초시장의 최대 공급자가 되겠다며 보건장관이 직접 나섰다. 그레그 헌트 호주 연방정부 보건장관은 다음달 의회가 열리면 의료용 대마초 제품 수출을 막고 있는 현행 규제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호주 ABC방송이 보도했다. 현재 우루과이, 캐나다, 네덜란드가 의료용 대마초를 수출하고 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연예인들의 환각제' 라는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데다 대마의 약효를 100% 입증할 수 없다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잘 모르는 치료제를 환자에게 처방하기는 쉽지 않다"며 "의료 목적의 대마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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