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지원배제 사태 아닌 '문화전쟁'이었다"

권영미 기자 입력 2018. 1. 17. 17:10 수정 2018. 1. 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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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콘퍼런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콘퍼런스’ 가 열렸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왼쪽에서 세번째가 서울문화재단의 이규석 창작지원본부장.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단순히 (특정 예술인) 지원배제 사태가 아니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들에게 '좌파척결'을 지시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일종의 '문화전쟁'이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문화행정과 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문화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조직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밝혔다.

박 교수는 "블랙리스트 사태는 국민 의식과 사상의 통제가 최종적 도달점이었다"면서 "그렇기에 단지 산하기관이었던 지원기관들의 조직개편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공보기능과 행정기능을 통합했던 (역사적 과정)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전 정부에서 문체부와 분리해 약화시켰던 '국민홍보'의 임무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문체부에 통합되면서 강조됐고 비대해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 말기 국민소통과 홍보 효율성을 높인다면서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국민소통실'이 신설됐고 (이를 중심으로) 국민여론의 관리나 통제가 문체부 문화행정에도 분배되어 다방면의 홍보와 규제가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같은 퇴행이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수요자 중심의 문화정책, 문화정책과 국정홍보의 분리, 그리고 정책 형성 자체가 공개되고 국민들이 그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 등이 과제"라고 했다.

서울문화재단의 이규석 창작지원본부장은 이어 예술지원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수년간 예술지원제도의 공정성이 의심되면서 (예술지원 기관과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추락했다. 예술시장 관점에서는 모든 분야와 장르 막론하고 구조적인 침체현상이 여러 지표에서 발견됐다"며 "하지만 사회적 예술활동의 총량은 역설적이게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원기관이 늘어나고 (지원과정이) 복잡해지면서 현장예술인의 접근성은 취약해졌다"며 "지원기구 및 운영사업의 재정비가 중요한 과제"라는 말이 이어졌다.

이 본부장은 "예술지원이 '단년도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져 예술가들이 입시에 응시하듯 공모형 지원사업에 단발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벌어져왔다"면서 "예술단체의 다양성을 고려 않고 모든 단체를 규격화해 단선적으로 지원한 점, 지원사업의 심사제도의 비공개주의 및 전문가주의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예술지원사업 운영이 지나치게 공급자위주여서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강제적으로 작동해 각 단체의 자율성이 제약됐다"며 "민간이나 예술현장의 참여가 정책에서 배제된 구조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는 "예술지원체계의 정비와 재구조화가 필요하고, 지원 관련한 기관들이 너무 많고 복잡해졌기에 이들이 참여한 '거버넌스형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중앙이나 광역단체가 아니라 기초단체 단위에서 예술정책을 실시하는 분권이 이뤄지고 전문가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현장의 다양한 단체가 참여하는 '정책패널제도'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진 콘퍼런스에서는 법제도 개선방안도 논의되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블랙리스트 방지 법제도 연구'를 기조발제하고 이어 서영인 문학평론가와 이재승 건국대 교수,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토론을 벌였다.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와 공정한 문화예술정책 수립을 위해 지난해 7월31일부터 진상조사, 분야별 현장토론회, 전문가 간담회, 제도개선안 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이날 콘퍼런스는 이를 바탕으로 진상위 제도개선위원회가 만든 초안에 대한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첫날인 이날은 문화행정과 법제도, 다음날인 18일은 주요 지원기관 개선안을 주제로 토론한다.

제도개선위는 이 토론내용을 토대로 초안을 보완해 2월까지 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권고안은 3월부터 공개하고 공청회를 통해 여론 수렴과정을 거친 후 수정되어 정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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