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0.01초 줄여라..스타트와의 전쟁

이용익 2018. 1.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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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은 선수라면 "첫술에 배부르랴"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컬링,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 등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 유독 속도 경쟁이 많은 동계올림픽에서는 반대로 '시작이 반'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스타트 시점부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승리 비결이 될 전망이다.

스타트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대표적 선수는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아이언맨' 윤성빈(24·강원도청)이다. 보통 40~50m 정도 되는 스타트 구간을 빠르게 뛰어서 썰매에 올라탈 수 있다면 엄청난 이점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스타트에서 0.1초를 단축하면 전체 기록에서 0.3초까지 기록이 바뀔 수 있다고 할 정도다. 50여 초로 승부가 갈리는 스켈레톤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178㎝의 평범한 신장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에서 뛰어 농구 골대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탄력 넘치는 하체를 가진 윤성빈은 라이벌인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보다 스타트가 확실히 앞선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로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 1~7차 시리즈에서 총 13차례 레이스를 펼쳐 아홉 번이나 스타트 기록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작성한 4초50은 올 시즌 스타트 베스트 기록이다.

여기에 더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주행 기술까지 나아지면서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며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이제는 스타트에서 4초 중후반대만 유지하면 주행으로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15일부터 중력의 4~5배 가속도를 견뎌내며 하루에 네 번씩 평창 코스를 소화하고 있는 윤성빈은 "월드컵이 연습이고 올림픽이 실전"이라면서 뜨거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성빈이 신예다운 자신감으로 스타트 구간을 내달린다면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전성기 실력을 되찾기 위해 첫 100m 구간 기록에 신경 쓰고 있다. 이상화가 이번 시즌에 세운 500m 최고 기록은 36초71로 전성기 수준에 못 미치지만 종아리 부상이 나아지면서 스타트 기록이 나아지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

2016~2017시즌 이상화는 100m 구간에서 한 번도 10초30대 기록을 내지 못했다. 2013년 36초36으로 세계기록을 세울 당시 초반 100m 구간에서 10초06으로 번개같이 질주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느려진 기록이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1차 월드컵부터 10초33을 기록하며 희망을 보여주더니 4차 월드컵에서는 10초26으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보다 0.01초 빠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직은 막판 스퍼트가 장기인 고다이라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고다이라는 올 시즌 월드컵 초반 100m에서 가장 빠를 때는 10초14, 가장 느릴 때 10초33을 기록했다. 현재 얼음이 딱딱해 기록이 떨어지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도 10초5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이상화는 가장 중요한 올림픽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폐막식이 열리는 2월 25일 생일을 맞이하는 이상화는 "지난 올림픽 때는 1차 레이스에서 1위를 한 뒤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에는 편할 것 같다"면서 "쫓아가는 입장이 된 것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저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후회 없이 마치겠다는 각오다.

물론 스타트를 느리게 해도 상관없는 종목도 있다. 400m 트랙 16바퀴를 돌아야 하는 새 종목 매스스타트는 일부러 뒤에서 출발한 뒤 나중에 역전을 시도하려는 선수가 많다. 앞서서 바람을 가르는 선수가 받는 공기 저항이 10이라면 그 뒤에서 타는 선수가 받는 공기 저항은 7 정도로 줄어들어 체력 보존이 더욱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뒤처지면 아예 역전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승훈(30·대한항공)과 김보름(24·강원도청)이 적절하게 '눈치'와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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