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부는 '워라밸 열풍'에 속앓이 하는 패션업계

김규리 2018. 1. 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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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가 유통업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보는 패션업체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개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는 직원 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디자이너나 외부 협력업체, 해외 바이어들과의 밀접하게 연계하며 잔업이 많은 업계 특성상 적극적인 사내 워라밸 문화 도입이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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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가 유통업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보는 패션업체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개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는 직원 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디자이너나 외부 협력업체, 해외 바이어들과의 밀접하게 연계하며 잔업이 많은 업계 특성상 적극적인 사내 워라밸 문화 도입이 힘들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롯데·현대 등 대형 유통채널은 물론 화장품 업계에서도 삶의 질을 높이려는 기업문화를 속속 도입하는 것과 달리 패션업계의 '워라밸 시계'는 더디기만 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삼성물산 패션부문, LF나 휠라코리아, 신성통상 등 패션 중견 기업의 경우 9시간 근무제에 따른 '자율 출퇴근제', 매달 특정 요일에 조기 퇴근을 독려하는 '패밀리데이'나 임직원 협의 하에 연간 8일 내외 휴일을 지정하는 '전사지정휴무일제' 등을 정부 고용노동 정책에 맞춰 선별적으로 도입·시행 중이다.

하지만 근무 시간을 줄이는 '단축 근무제'나 저녁 근무를 지양하는 '야근 금지령' 등 최근 타 업종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인 '워라밸 정책'은 딴 세상 얘기라는 게 패션업계의 중론이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잦은 야근이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패션업계 관행상 근무 형태 변형이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A 패션업체 관계자는 "시즌마다 해외 바이어나 업체들이랑 연락이 잦고 품평회 시즌이 되면 납품 기일과 디자인 작업 수를 맞추기 위해 출야근무가 불가피하다"면서 "워라밸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선뜻 회사 차원에서도 근무 시간 단축을 시행하기는 버거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B기업 관계자는 "전세계 패션시장이 빠르게 돌아가는 만큼 매달 완수해야 하는 할당량이 있다"면서 "근무 시간을 줄이고 저녁6시(혹은 그 이후)에 업무용 PC 전원을 끄는 '셧다운'을 하면 잔업을 집으로 가져갈 수 밖에 없다"며 토로했다.

현장 직원들도 '꿈같은 얘기'라는 반응은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패션업체 직원은 "패션업계라는 곳이 분기마다 컬렉션을 내놓고 해외 바이어, 담당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주어진 시간안에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잔업은 필수다"면서 "'저녁있는 삶을 바란다면 이 곳(패션계)에 오면 안된다'는 농담이 사실처럼 통용되는 곳이다"고 귀띔했다.

패션업체 중 유일하게 '단축 근무'를 시행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그룹사인 신세계가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함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SI) 또한 패션업체 중 처음으로 이달부터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하는 근무 유연화에 돌입했다. 오후 5시 30분이 되면 업무용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셧다운제'가 발동하고 인사·경영팀이 나서 직원들의 퇴근을 독려하는 풍경이 벌어진다. 외부 업체들이나 해외 바이어에도 이러한 근무 변경사항을 알리는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돌리기도 했지만 과도기에 따른 문제점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 디자이너실이나 마케팅실에서는 봄·여름(S/S)시즌에 맞춰 일거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주 35시간을 칼같이 지키기는 다소 무리라는 반응이다. 일부 직원들은 퇴근길이나 가정에서 유선상으로 잔업을 처리하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기도 한다.

익명의 패션업체 관계자는 "워라밸 역시 업계의 사정에 따라 시간을 두고 적용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면서 "희망적인 것은 과거와 달리 직원·디자이너들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고 또 각 사의 사정에 맞게 자율출퇴근·야근승인제 도입 비효율적 업무 관행 없애는 곳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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