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자체 망 구축하며 통신사와 망 통제권 경쟁

주영재 기자 2018. 1. 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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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망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통 망사업자인 통신사와 망 통제권을 놓고 혈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구글은 16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에서 “인프라 개선을 위해 지난 3년간 300억달러(약 32조원)을 투자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이날 새 해저케이블 3개와 5곳의 데이터센터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내부의 모습. Photo by Rainier Ehrhardt/Getty Images

새로 구축되는 케이블 3곳 중 칠레와 로스 앤젤레스를 연결하는 길이 6200마일(9978㎞)의 전용 케이블 ‘퀴리’는 통신사가 아닌 기업이 설치한 최초의 대륙 간 케이블이다. 페이스북과 함께 쓰게 될 ‘하브프루에’ 케이블은 미국 동부 해안~덴마크를 잇고 괌과 홍콩을 잇는 2400마일의 케이블은 태평양 지역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건설된다. 내년 말까지 3곳이 완성되면 구글은 모두 11개의 해저케이블을 소유하게 된다. 구글은 네덜란드, 몬트리올, 로스앤젤레스, 핀란드, 홍콩 등 5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구글이 구축할 새로운 해저 케이블 3 개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구글의 인터넷망이 칠레, 아시아 태평양 및 대서양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글 제공.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부쩍 인터넷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유럽 전역의 잉여 광케이블을 이용해 트래픽을 처리하기 시작했고 스웨덴에 최초의 국외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구글과 손잡고 새로운 아시아 해저 케이블에도 투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초당 테라비트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태평양 횡단 광케이블을 장기 임대했고 새로 자체 광케이블망도 구축하고 있다. 아마존도 클라우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26억달러를 망 구축에 썼다.

구글이 2008년 일본~미국 캘리포니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구축에 투자한 이후 현재까지 구축한 망은 10만마일 이상이다. 미국 4위 통신사인 스프린트가 운영하는 망보다 6만마일 이상 길다. 구글이 구축한 망은 이미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25%를 처리하고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유튜브 트래픽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 망을 확보하면 영상, 클라우드 서비스 등 대용량 트래픽을 지원할 충분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트래픽 모니터링도 정교해져 정보기관의 해킹 여부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미국 내 망중립성 완화로 향후 5세대(G) 통신서비스가 도입되면 기존보다 더 비싼 망 사용료를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체 망 구축으로 망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의 수익은 이미 왠만한 통신사를 능가하고 있어 실탄도 충분하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의 통신사들로서는 지금껏 자신들의 망을 이용했던 고객들과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달가울리 없다. 잠재적 고객을 뺏기게 됨은 물론 막강한 자금력으로 망 구축에 나선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웹의 통제권을 잃게될 수 있다. 망 투자가 늘면 망 사용료가 하락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구글·페이스북 등의 광케이블 투자가 이어지면서 이미 홍콩~로스엔젤레스 구간의 광케이블 사용료는 2010년 10Gbps(기가비피에스)당 10만달러선에서 2014년 이후 4만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통신사들은 힘의 균형추가 더 기울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유럽 내 휴면 광케이블을 페이스북에 제공하는 스웨덴 통신사 ‘텔리아소네라’ 측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규칙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통신 서비스가 5G로 고도화되면 이에 대응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체 망 구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통신사 주도로 망이 세계적 수준으로 고도화된 상황이다”면서도 “5G 시대로 들어서 대용량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차별화된 망 수요에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면 플랫폼 사업자들이 국내 망에 투자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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