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 '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에 '징역 3개월' 선고

배정원 기자 2018. 1. 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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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을 이끈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21)이 법원의 시위 해산 명령을 거부한 이유로 징역 3개월을 선고 받았다.

17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고등법원은 2014년 11월 우산혁명 당시 점거지에서 철수하라는 법원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웡에게 징역 3개월형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조슈아 웡은 우산혁명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의 신체를 가둘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가둘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법원의 우산혁명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블룸버그

앤드루 찬 홍콩 고등법원 판사는 “웡이 점거 캠프에 머문 시간은 극히 짧았지만 해산 명령을 거부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즉각 구속시키는 것만에 적절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사회민주연선 소속의 라파엘 웡(黃浩銘) 역시 이날 징역 4개월 15일형을 선고 받았다. 우산혁명 지도자 중 한 명인 레스터 셤(岑敖暉)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조슈아 웡이 우산혁명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웡은 우산혁명을 함께 이끈 네이선 로(羅冠聰) 등과 지난해 3월 불법 집회 참가 및 참가 선동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형을 받았으나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에 대한 징역형은 홍콩 내 반(反)중국 세력에 대한 탄압과 압박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홍콩에서는 당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우산혁명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홍콩 전역에서 일어났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시민들이 합세하며 확산됐고, 주요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홍콩은 1997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안에 두 체제를 유지) 원칙하에 중국에 반환된 이후 반(半)자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반환 초기 중국은 중국 공산당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는 한 홍콩 정치에 간섭하지 않았다.

우산혁명은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79일간 이어진 민주화 운동이다./사진=플리커

그러나 20년이 지나면서 홍콩 정부 구성에 중국 정부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렇게 구성된 홍콩 정부가 중국 정부 앞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내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홍콩 주재 중국 공산당 연락판공실이 “(홍콩 정부의) 그림자 정부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김이 세졌다. 20년 전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20%에 가까웠던 홍콩 경제가 이젠 중국의 3%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홍콩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15년 중국 권력층 비리를 다룬 책을 낸 한 출판업자가 홍콩에서 납치돼 중국으로 끌려가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홍콩의 젊은 세대들은 반중(反中) 감정이 커지고 있다.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대가 홍콩의 18~29세 청년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올 상반기 3.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20년 전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31%로 10배나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20년과 마찬가지로 다가오는 미래에도 홍콩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조연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고도의 자치를 허용한다는 중국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홍콩 사람들이 앞다퉈 영국 등 서방국가 여권을 얻으려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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