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오염 '찔끔 대책'으로는 효과 없어

강찬수 입력 2018. 1.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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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과 17일 비상저감 조치 시행에
효과 적고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
당초부터 참여 대상 적어 한계 지적
수도권 자체 배출은 4분의 1에 불과
참여 인원과 공간, 시간 확대해야
올해 들어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15일에 이어 17일 시행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 대책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대중교통을 무료 이용하도록 했지만, 통행량 감소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고 오염도는 계속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2월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시·도가 비상저감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핵심 방안인 차량 2부제 시행 대상이 수도권 지역의 행정·공공기관 공무원 52만7000명뿐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자가용 출퇴근 비율 45%를 고려하면 실제 줄어드는 차량은 11만9000대로 수도권 전체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민간 차량에 대해서도 2부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보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7일 올해 들어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이날 오전 광화문역 카드단말기에 요금이 0원으로 표시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여기에다 당초 3개 시·도가 합의한 시행 방안에는 버스·지하철 무료 이용과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이를 추가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방치했고, 결과적으로 3개 시·도간 엇박자가 나게 됐다.

환경부 주변에서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비상저감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비상 대책에는 열병합발전소나 폐기물 소각시설 등의 가동률 낮추기와 미세먼지 발생 공사장 물 뿌리기 등이 포함돼 있으나, 이런 대책을 통해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에 대한 통계를 환경부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세먼지 예보가 빗나가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지난 14일 오후 환경부는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했으나, 정작 15일 오후 4시까지는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을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측은 "15일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의 유입이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15일 전체로 보면 미세먼지 오염도가 '나쁨'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16일에는 저감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는데,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잇따라 발령될 정도로 오염이 심했다.

환경부 홍동곤 대기환경정책과장은 "비상저감 조치 발령 기준에 따라 이틀 연속 오염이 심해야 발령한다"며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이나 사업장의 가동률을 줄이는 조치를 하려면 미리 통보를 해야 하므로 오후 4시까지 측정치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오염 원인 규명부터 이뤄져야

2016년 5~6울 국내 미세먼지 오염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미국 측의 미세먼지 측정 항공기 [중앙포토].
2017년 서울시 미세먼지 오염도를 보면 시민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PM2.5) 농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5년 ㎥당 2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서 2016년 26㎍으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25㎍으로 연간 환경기준치 25㎍/㎥를 겨우 달성했다.

미세먼지는 허파 깊숙이 들어와 혈관으로 침투한다. 이로 인해 호흡기 질환은 물론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발암물질로 분류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2022년까지 국내 대기오염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하고, 미세먼지 '나쁨(50㎍/㎥)' 일수를 70% 줄이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올 상반기 중에 미세먼지 환경기준치를 미국·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연간 기준은 25㎍/㎥에서 15㎍/㎥로, 24시간 기준은 50㎍/㎥에서 35㎍/㎥로 강화된다.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에 새 환경기준을 적용하면 24시간 기준 초과일수는 63일로 5.8일에 하루꼴이다. 이틀 연속 50㎍/㎥를 초과한 사례도 10회나 된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규명해야 대처를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5~6월 한·미 과학자들은 공동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초여름에도 미세먼지의 34%는 중국발이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외대 환경학과 이강웅 교수는 "겨울철에도 공동연구가 필요해 현재 추진 중인 상황이고, 올 8월 회의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주대 환경공학과 김순태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발 오염물질이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44%에 이르고 있다. 나머지 42%는 국내 오염(26%는 수도권 자체 오염, 16%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오는 오염)이다. 또, 수도권 오염의 10% 정도는 북한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로 파악되고 있다.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과 관련, 환경부는 자동차 배기구나 공장 굴뚝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것보다 공기 중에서 만들어지는 2차 생성이 72%나 차지한다고 밝혔다. 2차 생성을 차단하려면 암모니아 규제 등 정부 대책에서 제외된 부분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 미세먼지 치솟을 땐 강력한 규제 필요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지난해 9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세먼지 종합대책발표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때는 감질나는 대책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비상 저감 조치답게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규제가 강화되면 불편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민들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김용표(대기오염 전공) 교수는 "대기오염은 시민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며 "스스로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대 김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성공하려면 참여 대상(사람,인간)과 공간, 시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행정·공공기관 외에도 민간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수도권 지역 이외에도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 등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자체 배출 오염물질이 전체 오염의 4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도권 내에서만 노력해서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이 교수는 "지금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다음에야 부랴부랴 비상저감 조치를 가동하고 있는데, 미리부터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가 3일 후까지 미세먼지 예보를 해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녹색교통운동송상석 사무처장은 "시민들이 2부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해도 과거 사례를 보면 통행량이 많이 줄어야 20% 정도"라며 "시민들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려면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5일 서울시내 공공기관 주차장이 폐쇄됐고,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장진영 기자
현재 민간 차량에 대한 2부제도 추진되고 있다.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차량 2부제 위반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법 제정 후 1년 뒤 시행하도록 했기 때문에 빨라도 내년부터나 시행될 전망이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오염이 심한 차량의 경우 상시로 운행을 금지하고 있고,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일반 차량도 2부제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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