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토어 드디어 한국 입점, 기대되는 이유는?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입력 2018. 1. 17. 15:32 수정 2018. 1. 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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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는 소매점이지만 단순히 돈을 내고 물건을 받아오는 '가게'는 아니야

애플스토어가 드디어 국내에 문을 엽니다.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가로수길 애플스토어가 ‘반가워요’라는 인사와 함께 지난 주 가림막을 치우면서 오픈이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렸지요. 그리고 애플코리아는 1월27일 토요일을 문 여는 날로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이 스토어의 정식 이름은 ‘애플 가로수길’입니다.

시드니 애플스토어. 통유리로 된 건물은 세계 어디나 비슷합니다. - 최호섭 제공

참 오래도 기다린 것 같습니다. 애플 스토어는 애플의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지만 단순히 돈을 내고 물건을 받아오는 ‘가게’는 아닙니다. 애플은 이 공간을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고, 실제로 해외에서 애플스토어를 경험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 환상은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국내 진출은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이제 첫 단추를 꿰었으니 제2, 제3의 애플스토어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스토어가 들어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물론 뭔가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애플 기기를 구입하고 쓰면서 겪는 문제점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매부터 활용까지 제품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역할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스토어 중 하나인 뉴욕 15th 애비뉴 스토어다. 더 나은 에너지 효율을 위해 현재는 내부 공사 중이다. - 최호섭 제공

애플스토어는 대체로 제품을 꽤 자유롭게, 또 넉넉하게 전시합니다. 슬쩍 만져보는 게 아니라 꽤 진지하게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맥북입니다. 곧 보게 될테지만 애플 스토어에 전시되는 맥북 시리즈는 화면을 90도로 세워 둡니다. 이게 예쁘거나 편해서가 아닙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애플스토어에서 맥북을 만져보려면 화면을 뒤로 약간 기울여야 합니다. 이때 제품을 만져보면서 질감을 느끼고, 힌지가 꺾이는 느낌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애플스토어에는 곳곳에 이런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들이 꽤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역시 애플스토어의 직원들인 ‘지니어스’입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결제, 그리고 초기 셋팅까지 지니어스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지니어스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고, 제품을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1:1로 결제도 이뤄집니다. 그리고 지니어스 바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초기 설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을 쓰다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서 물어볼 수도 있고, A/S도 이 지니어스들을 통해 이뤄집니다.


무엇보다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들은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늘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하는데 절대 제품 구매에 관여하지도 않을 뿐더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사무적인 친절함이 아니라 즐거움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기계적인 친절, 혹은 무표정한 소매 시장에 익숙해 있는 국내 환경에서 애플스토어의 표정이 어떻게 만들어질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기분 좋게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으로 애플스토어는 제품 가치를 높여주곤 합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지하의 애플스토어다. 널찍한 공간이 눈에 띈다. - 최호섭 제공

또한 애플스토어는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이용자들이 제품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 등의 이벤트를 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장 문을 여는 27일 오후 1시부터 인물 사진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저녁 8시부터는 음악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세션이 열립니다. 꼭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가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애플스토어는 전 세계적으로 제한 없는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저는 해외 여행 중에 잠깐 앉아서 빠른 인터넷을 써야 할 때 애플스토어를 찾곤 하는데, 애플은 이런 방문에도 제약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2016년 새로 문을 연 샌프란시스코 애플스토어의 경우 오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많은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고, 야외 테라스도 개방해 둡니다. 항상 열려 있는 놀이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지요.


누구나, 언제든 들어와서 애플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활용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 최호섭 제공


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건축물의 설계입니다. 최근 애플이 짓는 건물은 에너지에 대한 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따집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샌프란시스코 애플스토어의 경우 조명과 냉난방에 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날씨가 비교적 고른 이 지역의 특성을 살려 건물의 앞 뒤는 커다란 유리문을 설치하고, 낮에는 활짝 열어둡니다. 바람이 통하면서 냉방 없이도 시원합니다. 또한 건물 내부는 반사율이 높은 소재를 써서 별다른 조명 없이고 햇빛이 반사되는 것만으로 내부를 환하게 만들어줍니다. 기기를 시연하는 전기는 대부분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합니다. 사실상 전기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에 짓는 애플스토어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환경과 결합하는데, 가로수길이 어떻게 꾸며졌을지는 문을 열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런던의 코벤트 가든 애플스토어다. 애플과 런던의 분위기가 묘하게 섞여 있는 공간이다. - 최호섭 제공

애플스토어는 티파니 등 고급 주얼리를 누르고 단위 면적당 매출액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소매점입니다. 단순히 애플의 제품이 많이 팔려서 사람이 몰려드는 구조는 아닐 겁니다. 이왕이면 애플 제품을 구입할 때는 스토어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 경험을 준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남기 때문에 애플스토어에 사람이 모여드는 걸 겁니다.


애플스토어가 뭔가 애플 제품을 쓰는데 있어서 만능 열쇠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사실 시장의 환상이 너무 커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스토어는 분명 제품을 파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한 번 정도는 충분히 경험해 볼 만할 가치가 있습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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