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대기업 욕심에..안전검사 없이 CT·MRI 촬영한 환자들

박용하 기자 2018. 1.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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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CT, MRI 장비의 유지·보수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 행위를 벌인 다국적 대기업 지멘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십억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지멘스의 편법 행위로 일부 환자들은 안전 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CT·MRI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멘스와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 등 3개사(이하 지멘스)가 자사의 CT, MRI 유지보수 시장에 새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 사업자를 편법으로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62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병원에서 건강진단 등에 쓰이는 CT, MRI 장비들은 지멘스와, GE, 필립스 등 소수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며, 지멘스는 4년 연속 업계 1위 사업자다. 지멘스는 CT, MRI 장비를 판매한 뒤 자사 장비의 사후 유지보수 서비스 시장도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 정부 정책으로 병원의 장비 유지보수 예산이 줄어들자 가격 경쟁력이 있는 유지보수 전문서비스 업자들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지멘스는 이때부터 관련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CT·MRI를 사용하는 병원이 자신들과만 거래할 경우 해당 장비의 운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서비스키(비밀번호)를 무상으로 즉시 판매했으며, 병원이 다른 중소업자들과 거래할 경우 시간을 끌며 유상으로 판매했다.

지멘스의 행위로 중소 서비스업자들과 거래하는 병원들은 CT나 MRI에서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안전검사를 하지 못한 채 환자를 진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CT의 경우 안전검사를 하지 않으면 적정량을 넘은 방사선을 환자에게 피폭할 위험도 있다.

지멘스는 또 중소 유지보수 사업자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저작권 침해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장하는 내용으로 병원에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유지보수 시장의 진입장벽이 강화되는가 하면, 중소 전문서비스 업자 4곳 중 2곳이 퇴출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멘스에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동시에, 향후 지멘스의 CT나 MRI 장비를 보유한 병원이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지멘스가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제공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특정 제품을 판매한 뒤 생기는 후속시장(유지·보수 등)에서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한 최초의 사례다. 공정위 측은 “타 의료기기 제조사의 유지보수 시장에서도, 환자 및 장비 사용자의 안전문제를 개선하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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