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쇼크라니요, 정부지원금 챙겼나요?"

2018. 1. 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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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고용 사장님 손익 따져보니
1인당 인건비 35만원 늘었지만
일자리안정자금·사회보험료 등
정부지원금 25만원에 부담 줄어
내년 정부지원 기약 없는건 걱정
"직원월급 더 오르면 어찌할지.."

[한겨레]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랐지만 정부 지원을 받으면 인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진은 영세사업장이 많은 대구 서문시장. 대구시 제공

경남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운영하는 김경수(가명·46) 대표는 다음달 1일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뒤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뒤 첫 급여 지급이지만 최근 세무사와 함께 손익을 따져봤더니 ‘정부 지원’을 받으면 인건비 부담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 대표의 회사에는 냉동탑차를 모는 운전기사 2명과 사무직원 2명이 있다. 그는 “신문을 보면 ‘최저임금 쇼크’라는 말이 나오던데 주변에 비슷한 규모로 사업을 하는 동료들은 일단 정부 지원을 챙기면서 6개월~1년 정도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말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른 영세 사업주(30명 미만)의 인건비 부담을 직접 줄여주기 위해 만든 제도다. 실제로 김 대표의 회사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사무직원 ㄱ씨를 기준으로 따져보니 사회보험에 새로 가입하더라도 사업주의 부담은 크지 않았다. 다만 지원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선 ㄱ씨의 올해 월급 인상분 22만원(135만→157만원)에다 신규 사회보험료(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13만7690원이 김 대표가 치러야 할 인건비 증가분이다.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13만원)과 더불어 사회보험 지원(12만250원)을 확대하면서 김 대표의 실질적인 부담액은 10만7740원에 그친다.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폭(7.4%·10만원가량)만큼만 부담하면 사회보험 가입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기존 사회보험료 지원 기준이 월급 140만원 미만이어서 지원받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에 19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2012년 도입된 사회보험료 지원제도(두루누리)는 1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김 대표 회사처럼 5인 미만 사업장 기준으로 보면, 사회보험 신규 가입에 따른 사업주 부담액은 원래 13만7690원이지만 실부담액은 1만4770원에 그친다. 실제로 김 대표가 상담을 의뢰한 세무사 ㄱ씨는 “일자리안정자금과 사회보험료 지원에 대한 사업주 문의가 요즘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도를 통해, 기획재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노동자 300만명(30명 미만 사업장·최저임금 120% 이하) 가운데 사업주의 예상 신청률을 고려하면 236만명에 대해 인건비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김 대표보다 더 지급 여력이 없는 사업체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어려운 사업체일수록 정부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한데,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5인 이하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률(2016년 기준)은 정규직 86.1%, 비정규직 47.4%에 그친다.

무엇보다 사회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 신규 가입할 때 노동자가 내야 하는 사회보험료 실부담액이 3만4480원(정부 지원 전 월 보험료 13만3750원)이 된다. 김 대표는 “당장 먹고살기 힘든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 들지 않겠다고 버텨서 사업주가 대신 보험료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실업급여든 산업재해든 혜택을 받기 어렵다 보니 사회보험에 대한 불신이 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민연금만 놓고봐도 월 14만1620원(157만원의 9%)을 적립할 수 있어 노동자도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대표는 올해 이후에 벌어질 상황이 더 걱정이다. 정부 지원이 내년에도 계속될지 알 수 없는데다, 직원 월급이 내년에 올해보다 더 오르면 ‘월 190만원’이라는 지원 기준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출이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정부 지원이 줄어들 경우, 내년엔 운전기사를 1명 내보내고 직접 배달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안정자금은 한시적 성격을 지닌 만큼 장기적으로는 사회보험료 지원을 확대해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동시에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고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달 여야는 국회에서 일자리안정자금 예산(2조9707억원)을 의결하면서, “현금 직접지원 방식(일자리안정자금)을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을 7월까지 보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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