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 수에즈운하 만든 건설사 파산시켜.. '대마불사' 안 통하네

파리/손진석 특파원 2018. 1. 1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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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 위탁 운영하는 '건설업계 2위' 카릴리언 무너져
英정부 "퇴직자 연금 감당못해.. 곳간 거덜난 기업에 혈세 못줘"

영국 정부가 철로 보수와 학교 급식, 군인 관사 관리와 같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내 2위 건설업체 카릴리언(Carillion)을 파산시키기로 결정했다.

카릴리언은 국민 생활에 필수 서비스를 맡은 회사이고, 영국 내 직원만 2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충격이 예상되지만 혈세(血稅)를 투입하지 않고 청산 절차를 밟게 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는 통하지 않았다.

15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채권 은행단은 이날 자금난에 시달리는 카릴리언의 회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채권 은행들은 정부가 보증을 서는 경우에 한해 카릴리언에 추가 대출을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회사를 공중분해하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

BBC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카릴리언에 (정부가) 대출 보증을 하면 결국 세금을 투입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납세자들이 손실을 떠맡는 점을 정부가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카릴리언은 본업인 건설업으로 수에즈운하, 런던의 로열오페라하우스와 같은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를 자주 맡았다. 공공 서비스 사업도 광범위하게 벌였다. 군인 관사 5만채와 360개 국방 시설을 관리한다. 218개 학교에서 3만명의 학생들에게 매일 급식을 준다. 또한 50개 교도소의 시설 관리를 맡고 있고 전국적으로 1만1500개 병상을 관리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52억파운드(약 7조6000억원)이며, 그중 공공 서비스 부문이 17억파운드(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카릴리언이 부실기업이 된 이유는 M&A(인수·합병)로 새로 진출한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퇴직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 부담이 커져 회사 곳간이 거덜났기 때문이다. 연금 지급으로 인한 카릴리언의 손실은 지금까지 6억파운드(약 8800억원)로 쪼그라든 현재의 회사 자산 가치(8억파운드·약 1조1700억원)와 큰 차이가 없다. 영국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카릴리언을 살리면 2만8000명에 달하는 이 회사 퇴직 직원들에 지급할 연금을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도 청산을 선택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는 카릴리언이 맡던 공공 서비스 용역을 일부는 정부가 직접 맡고 일부는 다른 회사에 계약을 이전시켜 공공 서비스 대란을 막겠다고 밝혔다. 하원 행정위원장인 버나드 젠킨 의원(보수당)은 "카릴리언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퍼주면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서 보다 책임감을 가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무분별하게 공공 부문 민영화를 늘렸다가 큰 낭패를 본 것"이라며 여당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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