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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기자 2018. 1.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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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번진 '월간 ○○' 프로젝트

"다들 미쳤냐고 했다. 일종의 1년짜리 실험이다."

잡지도 아닌데 매달 나오는 한 작가의 책. 이것이 출판사 천년의상상이 '월간 ○○○' 프로젝트를 출범하며 내건 출사표다. 지난 15일 첫 결과물 '월간 정여울'이 나왔다. 정여울 문학평론가가 감수성을 건드리는 12개의 우리말 의성어·의태어를 내세워 매달 1년간 책을 내는 기획이다. 첫 권은 의성어 '똑똑'과 어울리는 영화·문학·여행·음악·그림 등을 둘러싼 에세이를 담았다. 앞으로 '콜록콜록' '와르르' '덩실덩실' 등으로 이어진다.

매달 한 번 직접 쓴 손편지를 구독자에게 배달하는‘월간 비둘기’프로젝트. /월간 비둘기

니체는 "무게와 깊이를 혼동하지 말라"고 했고, 이것이 '월간 ○○○' 프로젝트가 철학서적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철학자 고병권 박사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알기 쉽게 해설한 '월간 고병권'(가제)도 올해 상반기부터 출간된다. 선완규 대표는 "요즘 인문서가 최근 독서 환경과 맞지 않게 너무 무거운 경향이 있다"며 "얇지만 꾸준히 한 저자의 저작을 살필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수 윤종신이 매달 한 곡씩 발표해 유명해진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처럼 한 저자가 매달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는 월간 프로젝트가 종이로 옮아온 셈. 자가출판과 독립출판물이 대중화되면서 일반 독자가 스스로의 이름을 내걸고 '월간 ○○○'을 내기도 한다. '월간 출판상담소'를 운영 중인 엑스플러스 관계자는 "출판·인쇄 기술과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월간 비둘기'는 매달 집으로 날아드는 종이가 마트 전단이나 세금 고지서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일깨운다. 지난해 7월 정식 오픈해 페이스북으로 정기 구독을 신청한 60여명에게 매달 직접 쓰고 그린 손편지를 보낸다. 동갑내기 발행인 길비둘기·너비둘기(26)씨는 "혼자 울던 사연이나 침대에만 비가 내리는 그림 같은 내밀한 위로를 건네는 내용이 많다"며 "가끔 답장을 보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독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아 3월부터 필진을 추가할 예정이고, 그간의 편지를 모아 출간 계획도 세웠다. '월간' 열기는 매달 가방 신상품을 만드는 '월간 가방'이나 비누를 제작해 판매하는 '월간 비누' 등 창작 분야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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