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도 삶의 일부.. 행복 강박증에서 벗어나라"

최보윤 기자 2018. 1.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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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피로사회] [3·끝] 韓·美 행복 연구자 서은국·웨스타콧 교수 인터뷰
서은국 "돈, 행복 보장하지 않아.. 생활수준 높아도 불행감 느껴"
웨스타콧 "단순하고 소박한 삶.. 행복의 유일한 정답은 아냐"
서은국(왼쪽), 웨스타콧.

행복해지고 싶어 분주히 뛰다보니 오히려 불행해졌다. 행복에 대한 강박이 피로감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행복 전문가'들의 진단은 도발적이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지침서일 뿐 상장(賞狀)이 아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라."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행복피로사회'에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 그는 생물학적·진화론적 관점으로 행복을 연구한 책 '행복의 기원'을 펴냈다. "단순하고 절약하는 삶에 대한 집착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는 미국 행복연구가이자 뉴욕 앨프리드대 철학과 교수인 엠리스 웨스타콧이다. 그는 '1달러로 만드는 하루의 행복'이란 강의와 저서 '단순한 삶의 철학'(원제 The Wisdom of Frugality·검소함의 지혜)에서 소박함에 대한 집착을 경고했다. 두 교수를 각각 인터뷰해 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서은국(이하 서): 행복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가 난센스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다. 행복은 도달했다고 받는 상장이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주는 지침서일 뿐이다. 비유하자면 행복감은 자동차 액셀 페달이고 불행감은 브레이크다. 이상만 좇아 브레이크를 떼면 어떻게 되겠는가. 통증을 느껴야 우리 인생에 뭔가 잘못됐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엠리스 웨스타콧(이하 웨): 행복은 주관적인 관념인데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려 드니까 복잡해진다. 왜 철학자들이 수천년 동안 머리를 싸맸는데도 누구는 '마음의 평화'라 하고 누구는 '쾌락'이라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겠는가.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이 행복이다.

서: 만족감과 쾌락을 나는 '행복 전구'라고 말한다. 사람은 모든 동물 중 가장 확실하게 행복 전구를 켜는 존재고, 새 차나 새 집을 사면 물론 행복 전구가 켜진다. 문제는 현대인들은 돈만이 행복을 보장하고 거기서 전구가 켜진다고 생각하고 전력투구하는 데 있다.

행복만 좇다보니 어느새 행복 강박에 시달리고 피로해진다. 전문가들은 삶의 균형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픽=송윤혜 기자

웨: '1달러의 행복' 강의를 만든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하루 1달러만 쓸 수 있는 상태라면 행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최소한의 소비로도 삶을 충만하게 할 수 있겠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소박함만이 정답은 아니다. 지출이 줄어 경제가 나빠지는 절약의 역설이 생길 수 있다. 생활수준이 함께 하락하는 걸 행복이라고 말할 순 없다.

서: 행복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 또 거기서 만들어지는 관계다. 유아독존이나 외곬도 행복의 관점에선 좋지 않다. 주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타인을 경쟁자로 보면서 불신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각종 연구를 보면 타인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 수준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웨: 전적으로 동의한다. 돈과 성공, 명예 따위는 가치 있는 삶의 직진신호가 아니다. 타인을 의식하면서 빚어지는 한국의 행복 박탈감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제안하고 싶다. 집이 홀라당 타서 재산을 모두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불행할 것이다. 만약 화재가 났는데 재산은 지켰지만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슬픔은 재산을 잃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인지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 결국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많다고 더 좋은 것도, 적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남의 떡은 그만 바라보고 삶에서 자기 주도권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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