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교육정책마다 분란 .. 여권도 '김상곤 피로감'

권호.하준호 2018. 1. 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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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 영어교육 금지 등
대안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발표
여론 들끓으면 '없던 일'로 보류
"탁상행정 .. 또 터지면 장관직 위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8층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한 말인데, 모두 김상곤(사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두고서다.

교육부는 3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특별활동을 금지키로 한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이에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한 여당 의원은 “이런 일이 더 있으면 장관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애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의식한 여당 소속 국회 교문위원들도 만류하고 나서자 ‘없던 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9일 상견례를 겸한 김 부총리와 여당 교문위 소속 의원들의 만찬에서도 반대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 여당 의원들은 “막는다고 학부모들이 영어교육 안 하겠나. 풍선효과가 불 보듯 뻔하다”, “대안을 마련해놓고 정책을 시행해야지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현장 얘기를 더 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의 정책 급선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보류한 일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절대평가 항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가 “고교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등 사교육이 들끓게 될 것”이란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1년 유예했다. 이때도 여당 교문위원들이 시중 여론을 전달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놓고서도 일부 의원들은 “교육부 장관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평가했다.

여당 의원들이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이 문제와 직접 연관된 학부모들의 들끓는 목소리 때문이다. 논란이 됐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은 30~40대, 수능 이슈의 경우 50대 학부모 민심과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고공비행 중이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정책으로 민심이반이 가속화되면 집권 2년차에 치르는 6·13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핵심 지지층인 20~30대 중 일부는 암호화폐(이른바 가상화폐) 정책 혼선을 놓고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 논란이 불거진 최근 일주일 새 20대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교육정책 뒤집기가 반복되자 여당에서도 “교육부가 현장 얘기를 도외시해 생긴 일이다. 방향 자체가 옳다고 해도 ‘이제 때가 됐다’고 단정할 만큼의 준비가 부족했는데 무턱대고 강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현실은 감안해 유연하게 대처한 것”이란 평가도 있지만 ‘피로감’을 얘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현장 상황을 조금만 챙겼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탁상행정의 표본 같은 실수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한 사회’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고 교육부의 정책 혼선을 비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대안을 마련해놓고 정책을 밀어붙이든가, 명확한 근거자료를 들이밀든가 했어야지 최근 사안을 보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며 “국민이 만들어준 정부인데, 정파적인 측면을 떠나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 책임론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김 부총리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도 “현장 의견을 더 많이 듣고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을 좀 더 많이 했으면 하는 당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은 방향 자체는 옳더라도 제도적으로 정착하고 지속가능하려면 현장에서 준비가 돼야 한다”며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펴다 보니까 저항과 불만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하준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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