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한미군 떠나면 한국에 공격적 자세 취할 것"

조진형 2018. 1. 17. 00: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스트로 조지타운대 교수 경고
북한의 유화 제스처는 시간끌기용
핵개발 야심은 결코 바뀌지 않아
고위급 회담 계기 남북 관계 개선 땐
미국, 북에 독자적 압력 어려워져
오리아나 마스트로
“최근 북한의 대남(對南) 유화 제스처는 그저 시간을 벌려는 시도입니다. 그 사이에 핵 억지력(Nuclear deter)을 키우려는 것이지요. 남북 고위급 회담에 응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 무기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대화 무드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중국 안보 전문가로 꼽히는 오리아나 마스트로(사진) 미 조지타운대 안보학과 교수가 북한의 핵 개발 야심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경고를 내놨다.

마스트로 교수는 1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은 북한에 독자적인 압력을 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전략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미군 없는 한반도’를 희망한다.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통일 한국이 세워지도록 영향을 끼치려 들 것”이라며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계기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통일 한국’을 공격적으로 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스트로 교수는 최근 미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FA) 1·2월호에 실은 ‘중국이 북한을 돕지 않을 이유(Why China Won’t Rescue North Korea)‘라는 기고문에서 “조·중관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악화됐고,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통일 한국’을 대비하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문답.

Q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A : “핵 무기 개발을 마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였다.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은 북한에 독자적인 압력을 취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 사이에 북한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 대화 재개를 통해 얻을 이득이 적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럴수록 북한 체제의 본성(nature)을 간파해야 한다. 북한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Q : 남북관계에 있어 중국을 무시하기 어렵다. 당신은 기고문에서 “조·중관계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는데, 조·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바뀐 건가.

A : “현재의 두 국가는 정상적인 동맹 관계로 볼 수 없다. 그동안 이들은 미국과 전쟁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인 우호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나는 중국 정부가 (북한 없이도) 독자적인 전략적 옵션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對)테러리즘’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맺어왔던 미국과 파키스탄도 최근 들어 빠르게 관계가 식지 않았나. 변수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Q : 중국 현지의 분위기는 어떤가.

A : “나는 지난 10년 간 중국 현지에서 수많은 학자, 공무원, 장교들을 만나왔다. 그 누구도 중국과 북한을 동맹국으로 보지 않았다. 만약 이들에게 ‘중국과 북한은 동맹’이라고 말한다면 그 자리에서 틀렸다고 지적 당할 것이다. 중국 대중들 사이에선 북한이 동맹국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Q : 중국의 대미 관계에 있어 북한은 완충지대(buffer) 역할을 해왔다. 이제 중국엔 완충지대가 필요없다는 건가.

A :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대응하려는 목적에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필요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통일 한국’을 대비하고 있다. 또 남북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희망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에 협조적일 필요가 없다.”

Q :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변 인물들로 2기 지도부 인선을 마치는 등 중국에서 ‘시진핑 체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A : “시진핑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반도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단,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가정 아래서다. 추후 남북 통일을 계기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된다면, 중국은 한국에 공격적인(aggressive) 자세를 취할 수 있다.”

Q : 기고문에서 ‘북한에서 전쟁이나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중국군이 북핵 시설 지역에 미군보다 빨리 도착한다’고 주장했다. 논리적 근거는.

A : “세 가지다. 첫째, 북한 핵 시설은 중국 국경으로부터 불과 100㎞ 거리에 위치해 있다. 국경선에 배치된 중국군이 접근하기 훨씬 수월하다. 둘째, 3만 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중에는 전투요원이 많지 않다. 반대로 중국은 북한과 국경 지역에 최정예 군을 배치해뒀다. 셋째, 북한이 한국과 전쟁을 벌인다면 미군은 북한군과 싸우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중국군은 북한 핵 시설 지역에 도달해 장악할 것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